세월호 1등 기관사 "구명조끼 입고 맥주 마시며 기다렸다"

머니투데이

이슈팀 이영민 기자

/ 사진=뉴스1

세월호 기관장과 1등 기관사가 사고 직후 구조를 기다리며 기관장과 함께 캔맥주를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뉴스1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준석 세월호 선장(69) 등 선원 15명에 대한 제13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1등 기관사 손모씨(58)는 침몰 당시 구명조끼를 챙겨입고 구조를 기다리면서 기관장과 함께 캔맥주를 마셨다고 진술했다.

손씨는 술을 마신 이유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마셨다"고 답변했다.

손씨는 비상상황으로 인한 퇴선시 본인의 임무에 대해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 이 여객선에 승선한지 얼마 되지 않아 외울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손씨는 승무 경력 21년8개월의 베테랑 선원이다. 사고 당시 세월호 객실 내에는 각 선원들의 임무를 담은 비상배치표가 부착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승선 기간 중 단 한번의 비상훈련이 있었다. 식당에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한 훈련으로 당시에도 승객 퇴선 훈련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검사가 "다른 선박에서 훈련 중 퇴선 상황이 되면 선내에서 대기하다가 해경 등이 오길 기다렸나, 아니면 비상 대피 구역에 모였나"라고 물었고 이에 손씨는 "사고가 나면 조타실로부터 선장, 선원의 지시가 내려오지만 이번에는 그런 지시가 없었다. 조타실로부터 아무런 지시가 없어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날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손씨가 사고 직후 승객들을 구해야 할 상황에서 휴대전화로 자신의 아내에게 안부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났다. 다른 선원도 손씨의 휴대전화로 가족들과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씨는 지난 6월10일 첫 재판에서 세월호 선원 15명 중 유일하게 공소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시한폭탄을 만든 업체와 관련기관의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선박에서 탈출할 당시 해경이 출동해 승객들이 구조될 줄 알았다. 당시 상황을 고려해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구조된 이후 모텔에서 머무르던 중 자살하려고 했으나 실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