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강 지난 형제…금호家 형제의난 어디서 어디까지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사진=이동훈 기자

2009년 경영권 분쟁이후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왔던 금호가(家) 형제가 공수를 바꿔 형사 분쟁을 벌이게 됐다.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지난달 12일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4200억원대 배임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다.

"형과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박찬구 회장의 말마따나 두 형제의 갈등은 봉합되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박찬구 회장도 2011년 서울남부지검의 수사로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어 형제가 각각 형사 법정에 설 가능성도 커졌다.


◇ 5년 넘게 진행된 형제의 난= 형제의 갈등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호그룹이 2006년 인수한 대우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졌고, 박찬구 회장은 형의 책임을 주장하며 금호산업 주식을 팔고 금호석화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에 박삼구 회장은 2009년7월 동생을 금호석화 대표에서 해임했고, 본격적인 형제간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의 경영정상화 합의 이후 금호석화는 2010년 2월 그룹에서 분리돼 박찬구 회장이 맡았다. 언뜻 보기엔 양측이 계열사를 나눠 경영하게 된 셈이지만 계열사간 지분율 문제로 현재까지 완전한 계열분리를 이뤄내지 못했고, 결국 크고 작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먼저 금호석화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금호아시아나 그룹에서 제외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박삼구 회장이 이들 회사의 지분 30%이상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만큼 '사실상 지배'회사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삼구 회장의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자연스럽게 금호석화의 계열분리도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박삼구 회장 측은 최근 금호석화를 상대로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1%를 넘기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박삼구 회장 측은 금호석화가 2010년 2월 채권단과의 합의에 따라,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넘기고 경영에 관여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올해 초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에 복귀하자 금호석화가 이를 무효화해달라는 가처분과 본안소송을 제기한 것이 소송의 배경이었다.

금호석화가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처분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화의 연결고리도 모두 끊어진다. 두 형제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계열 분리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양 측은 '금호'라는 상호와 CI인 날개 마크를 둘러싼 사용료 소송을 진행 중이고, 금호아시아나 측은 박삼구 회장의 일정을 빼낸 혐의로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형이 검찰에 손을 댔기 때문…"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넌 형제=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지난 3월 기자들과 만나 "형과는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형이 검찰에 손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2011년 4월 금호석화 본사와 계열사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박찬구 회장의 비자금 조성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3번에 걸친 소환조사와 사전 구속영장 청구 끝에 그해 말 박찬구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3년여에 걸친 1심 재판 결과 법원은 박찬구 회장의 미공개정보이용, 횡령 등 대부분의 혐의는 무죄로 판명됐고, 아들 박준경 상무에게 계열사 자금을 빌려준 배임 혐의만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박찬구 회장과 금호석화 측은 이 형사사건 뒤편에 형 박삼구 회장이 자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2011년 검찰 소환 당시부터 일관되게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개입돼 있음을 시사했고 같은 해 위증과 사기 혐의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고발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최근 형제간 화해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형이 (검찰 수사를) 다 지휘 했는데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할 수 있겠냐"며 부정적인 대답을 내놨다. 그가 형을 직접 검찰에 고발하면서 2011년 서울남부지검 수사 때와 달리 공격과 수비가 바뀐 모양새다.

한편 금호석화가 제기한 형사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장기석)에 배당됐다. 박삼구 회장이 2009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CP(기업어음) 4200억원어치를 계열사들에게 사들이게 해 손실을 끼쳤다는 게 고발의 요지.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측은 "당시 CP 발행은 채권단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던 사안"이라며 "박삼구 회장이 CP발행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