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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의 틱, 택, 톡]담배여, 이번에야말로 아듀하자!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4.09.13 09:01|조회 : 7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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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시내 편의점에서 직원이 담배코너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시내 편의점에서 직원이 담배코너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금도 후회된다. 그 때 그렇게 연을 맺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 친구를 처음 만난 것은 30년도 더 전이다. 이미 그 전에도 수없이 스쳐지나갔지만 내 인연은 아니려니 했다. 아무래도 다른 세상에 속해 있는 듯한 녀석이라서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었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 친구는? 내가 어쩌건 개의치않는 듯 했다. 아니 정작 나란 존재를 의식도 못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인연은 내 쪽에서 원해서 맺어졌다.

첫해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모든 것이 암울할 때였다. 위로가 필요했고 내가 다가갔을 때 그 친구는 당시 내게 필요한 만큼의 위안을 주었다. 그랬던 것 같은데... 과연 위안이 되었던가? 지금와선 그것도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녀석은 당시의 내겐 동경의 대상이었다. 카우보이처럼 터프했고 갱스터처럼 위험해 보였으며 주정뱅이처럼 유쾌한가 하면 시인처럼 고뇌하기도 했다. 그렇게 세상살이 온갖 인생을 경험한 것 같은 치명적인 매력으로 날 매혹시켰다.

학원 마당에 목련이 피었으니 1983년 4월쯤일 게다. 녀석과 처음 만난 것이. 그 봄, 두근 거리는 가슴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다가갔을 때 녀석은 날 비웃어주었다. 아니 녀석은 그저 무심했을 터였다. "내가 필요하다고? 그러던가" 정도의 무심함에 유리처럼 상처받기 쉬운 내 자존심이 제풀에 금이 갔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 순간을 곱씹는 것은 30년이 훌쩍 넘어선 지금도 여전히 속을 거북하게 만든다. 당시 녀석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재수 학원 수업중 난 창백해진 얼굴로 손을 들고 일어나 화장실로 직행해야했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나의 구토로 시작됐다.

그 이후의 관계도 그렇다. 언제나 매달리는 쪽은 나였다. 녀석은 시쳇말로 '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내가 녀석을 필요로 할 때 녀석은 사정이 허락하는 한 날 거부하지 않았다. 주변에선 그런 날 걱정했다. 충분히 위험한 놈이고 언젠가는 기필코 문제를 일으킬 녀석이니 절교하는 게 마땅하다고. 나 역시 문득 녀석을 볼 수 없을 때 입이 바싹 마르도록 불안하고 초조해 하는 나를 보면서 깨달았다. 아, 마침내 녀석에게 중독됐구나!

그렇게 일방적인 관계로 지내온 지 30년이다. 2014년이 시작되면서 우리 관계에 뭔가 변화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내 쪽에서 녀석을 외면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녀석은 무심했다. 그리고 단 일주일 만에 당초의 작심을 접고 녀석을 다시 찾은 것은 이번에도 나였다. 위안이라면 녀석을 아는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나처럼 녀석에게 애면글면 한다는 점이다.

옛사람도 그랬던 모양이다. 이덕리(李德履)는 '기연다(記烟茶)'에서 "비오는 밤 잠 안 올 때, 잠이 덜 깨 몽롱할 때, 입에 기름기를 씻어낼 때, 주객이 처음 만나 머쓱할 때, 벼슬아치들이 모여 나라 위한 대책을 궁리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안타까울 때, 시상이 막혀 떠오르지 않을 때, 모내기 하다가 잠시 쉴 때, 손님이 왔는데 술상을 내올 형편이 안 될 때, 장마철 절집과 여관 화장실에서 냄새로 괴로울 때"면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당시의 옹호론을 소개한다.

그리고 2014년 9월 11일. 그런 녀석의 신상에 중차대한 변화가 찾아왔다. 정부가 녀석의 몸값을 2000원이나 올린다고 발표했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가 그만큼 올라간다고 한다. 오만방자 백해무익한 녀석에게 끌려다닌 것도 싫은 판에 그만큼이나 싫은 세금을 더 내야한다니...

500원에 솔을 만나 600원짜리 88을 애용했고 900원이던 디스가 마침내 1000원이 됐을 때는 나라가 원망스러웠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번엔 아무래도 녀석과의 지긋지긋한 인연을 매조져야할 모양이다.

그렇게 내쪽에선 마음을 먹어보지만 녀석은 콧방귀나 뀌고 말겠지싶다. "일주일이건 한달이건 1년이건 5년이건 나없이 마음껏 버텨보라구. 그런다고 내 치명적인 매력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을 걸? 그리고 다시 날 찾을때면 지금보다 훨씬 큰 댓가를 치러야 될거야" 녀석의 자존망대한 킬킬거림이 들리는듯 싶다.

오랜 친구 담배여, 이번에야말로 아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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