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타의 동양증권, 두산건설 CB 완벽 소화

유안타로 인수된 동양증권 (2,740원 ▲20 +0.74%)이 자본시장에서 의미있는 신고식을 치뤘다. 두산건설 전환사채(CB) 투자자모집에서 주관사단 중 유일하게 청약물량을 채워 오랜 휴식에도 불구하고 영업력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이달초 진행된 두산건설 전환사채(CB) 공모 청약에서 332억2900만원을 청약받아 당초 목표치인 300억원을 넘겼다. SK증권이 3억7500만원, NH농협증권이 27억7300만원을 소화하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였다.


동양그룹 사태로 인해 그간 영업활동이 단절됐던 동양증권은 이번 거래에 많은 공을 들였다. 과거에 '재무주치의'로 불렸을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맺었던 두산건설이 대규모 CB를 발행하기로 결정하자 적극적으로 거래수임 의사를 타진해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6월 유안타로 인수된 이후 이제는 슬슬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길 무렵 찾아온 기회였다.

주관계약을 맺은 후 기관 마케팅에 주력한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동양증권은 기관과 리테일에 투트랙 영업을 펼쳤다. 거래 관계자는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기관 수요만 믿고 맘을 놓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동양증권의 전략은 적중했다. 두산건설의 CB 청약 직전에 동부건설의 워크아웃설이 터지자 기관투자자들은 건설 업종에 대한 투자의사를 접었다. 기관 수요를 믿고 기다린 증권사들은 그때서야 리테일 투자자를 모집했으나 시간이 너무 촉박해 정해진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산뜻하게 스타트를 끊은 동양증권은 조금씩 활동량을 늘리고 있다.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지난 12일 발행한 3400억원 규모 회사채에도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대표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2호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도 설립해 지난달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과거 리테일·회사채 명가, 한계기업들의 재무주치의 등으로 불리던 시절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이지만 내년 성적에 대한 희망을 품기에는 충분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대만 증권사로 주인이 바뀌면서 과거에는 하지 못했던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겠다는 기대감도 흐르고 있다.

경영진들도 고객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사명변경안을 통과시킨 후 영업 최전방에서 활동하는 IB본부와 지점의 임직원들이 유안타증권이라고 적힌 새 명함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공식적인 사명 변경은 오는 10월 1일로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