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혁신'을 설득해 봐"…스티브 잡스가 생각나는 '애플스 투 애플스'

지난 추석 연휴에 애플은 '아이폰6'와 '애플워치'를 발표했다. 국내 매체는 하나같이 '부족하다', '혁신이 없다', 또는 '잡스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등의 혹평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물론 이번에도 아이폰6는 역대 최고 예약판매 기록을 세웠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애플스 투 애플스(Apples to Apples)'라는 게임을 소개한다. 이 게임은 미국의 오래된 보드게임 개발사 '아웃 오브 더 박스'(Out of the Box Publishing)의 대표작 중 하나다. 현재는 다국적 게임 회사 마텔(Mattel)이 판권을 갖고있다.




이 게임에는 1000장이 넘는 카드가 들어 있다. 빨간색 카드에는 명사나 고유 명사가, 녹색 카드에는 형용사가 적혀 있다. 그냥 '낱말 카드'인 것이다.

그런데 빨간색 명사 카드에 적힌 말이 센스 있다. '자유의 여신상'이나 '브라질' 에서부터 '나의 어머니'나 '치과 가는 날'은 물론 '바트 심슨', '빌 게이츠', '미국 독립 전쟁' 같이 특별한 것도 있다.




모두가 빨간색 카드 7장을 받으면, 술래가 녹색 카드 1장을 뽑아 모두에게 보여준다. 녹색 카드는 '달콤한'이 나올 수도 있고 '무서운'이나 '멍청한'이 나올 수도 있다. 술래 이외 사람은 술래에게 이 형용사와 가장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카드를 낸다.

술래는 이들 카드를 보고 누가 더 적합한 카드를 냈는지 품평한다. 승자는 1점 획득, 그러고 나면 빨간색 카드를 보충하고 다음 사람이 술래가 되어 새 형용사를 공개한다.

처음 이 게임을 했을 때 형용사로 '터프한'이 나왔다. 다들 '이소룡', '성룡', '무하마드 알리' 등의 카드를 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그런데 어떤 한 사람이 '티라노 사우르스 렉스'를 냈다. 술래는 고민하던 '쿵후'와 '복서' 카드를 내려놓고 공룡을 승자로 선언했다.




술래는 종종 '엄마랑 아빠 중에 누가 좋아?', '마징가랑 태권브이랑 싸우면 누가 이겨?' 같은 수준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선다. 이 상황에서 자기가 낸 카드가 더 훌륭하다고 한마디씩 일장 연설을 하면 게임은 더 흥미로워진다. 단순히 말의 뉘앙스를 비교하는 것 뿐인데도 기묘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파티 게임'이라고 하면 대개는 할리갈리 시리즈를 떠올린다. 하지만 '애플스 투 애플스'는 그보다 좀 더 전통 있고 할 때마다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진정한 파티 게임의 제왕이라 할 수 있다.



올해 아이폰6과 아이워치 발표가 끝난 뒤 국내 매체들의 애플 제품 비난 기사들을 연례행사처럼 볼 수 있었다. '혁신'이 없다는 타령은 여전했고, '부족하다'는 기사나 '잡스가 그립다'는 기사도 있다.

이 기사들이 와닿지 않지만, 필자도 한 가지에는 동의한다.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 보고 싶다. 같은 제품도 잡스가 소개할 때와 팀 쿡이 소개할 때는 다르다. 아마 잡스라면 '애플스 투 애플스'에서 무슨 카드를 내더라도 술래를 설득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이상하게 게임도 그립고 잡스도 그립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9월 21일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