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바늘구멍 채용에도 뽑는 인재 있다

"은행과 비교했을 때 증권업계는 훨씬 더 '드라마틱'한 곳입니다. 이러한 업무 성격상 리스크(위험)를 다룰 줄 알고 안정적인 일을 선호하기 보다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인재를 선호합니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볼 때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볼 예정입니다."


한 증권사 임원의 말이다. 바야흐로 금융투자업계도 채용의 계절이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교보증권, SK증권 등이 이미 하반기 채용을 시작했고 9월 말~10월 채용 공고를 앞둔 곳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업황 회복 정도를 가늠할 수 없어 올해 신규채용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증권 비즈니스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채용을 하지 않을 수는 없고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인재를 선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4000명 감원에도 신규채용은 '제자리'=최근 1년간 4000명에 가까운 임직원이 줄어들었지만 올해 신규채용 숫자는 전년 채용규모에 그치는 등 증가폭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6개 증권사 가운데 올해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한 곳은 SK, 키움, 대우, 미래에셋, 한국투자, 동부, 삼성, 교보 등 8곳이다. 하이투자, 현대, 대신, 우리투자, 하나대투, 유진투자증권 등 6곳은 아직까지 신규채용을 검토 중인 단계다. 메리츠종합금융, 신한금융투자 등 2곳은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다.


증권사의 신규채용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우선 지난해 70명의 직원을 채용한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비슷하거나 그보다 덜한 규모의 인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31명, 10명의 직원을 뽑은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은 정확한 채용 규모는 미정이지만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룹사 공채로 인원을 뽑는 삼성증권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소수의 인원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각 증권사가 점포수를 많이 줄여놓은 상태라 당장 신입 직원 수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를 기점으로 증권업이 나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내년이나 내후년부터 점진적으로 신입사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전국 증권사 지점 수는 1551개에서 1344개로 13.3%(207곳) 줄어들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영어·자격증·증권인 소양 등 인재 기준 '제각각'=한편 증권사별로 인재를 고르는 기준은 각양각색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임원은 "해외 연계 업무가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라며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역량의 인재도 채용인원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임원은 "예전 증권사라면 모범적인 인물에 주안점을 뒀겠지만 요즘처럼 증권업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좀 더 창의적이고 튀는 인재를 선호한다"며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토대로 개성과 도전정신이 돋보이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대학교에서 증권과 관련한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등 증권업무를 경험해본 인재를 선호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채용 사례를 살펴봤을 때 투자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감각이나 업무 습득력 측면에서 우수했다"며 "해당 분야 경력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격증을 보유한 지원자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환영받는 인재다. 미래에셋증권은 회계사를 포함해 두자릿 수 인원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교보증권 역시 회계사·세무사·정보처리기사·증권 관련 자격증 소지자는 우대함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