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폭스바겐·닛산 '뜨고', BMW·토요타·혼다 '지고'

지난 달 수입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수입차 업계 지형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고 있다.


독일산 완성차 중에선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그룹(폭스바겐·아우디)이 약진하면서 부동의 1위였던 BMW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차는 토요타와 혼다의 부진 속에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를 앞세운 닛산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16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독일산 완성차 브랜드 4곳의 누적 판매 대수는 BMW(2만6834대) 메르세데스-벤츠(2만3058대) 폭스바겐(2만1037대) 아우디(1만9158대)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지난 해 같은 기간과 견준 판매 증가율은 아우디(47.0%), 벤츠(42.7%), 폭스바겐(31.0%), BMW(15.8%) 순이다. 전체 판매량은 BMW(2만6834대)가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판매 신장률 면에선 독일 브랜드 4곳 중 맨 마지막으로 밀린 것이다. BMW는 2009년 이후 6년째 수입차 지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절대 강자다.

업계에선 BMW가 독보적으로 자리했던 독일산 수입차 지형도가 바뀌면서 '평준화' 현상이 갈수록 또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독일차 브랜드 4곳의 판매대수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BMW는 수년간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과정에서 '고급차'란 인식에 '대중적' 이미지가 포개진 것이 판매 증가율 둔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례로 BMW의 효자 모델로 수입차 판매량 1위를 질주하던 520d는 저렴한 가격과 높은 연비를 앞세운 폭스바겐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에 밀려 장시간 자리해 온 베스트셀링카 지위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일본산 완성차들 사이에서도 업체별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차의 대명사격인 토요타는 올 들어 4159대를 팔아 작년 같은 기간(5617대)보다 판매량이 26.0% 줄었다. 그나마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 판매량(3871대)이 9.8% 늘어난 게 위안이다.

토요타는 오는 11월쯤 출시하는 2015년형 신형 캠리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단기간에 옛 명성을 회복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혼다의 부진도 두드러진다. 혼다의 올해 판매량은 2422대로 작년 동기 3589대에 비해 32.5% 급감했다.

이에 반해 닛산은 럭셔리 브랜드인 인피니티와 동반 고공행진하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닛산은 올 들어 대표적인 중형 세단 알티마와 소형 SUV 쥬크를 앞세워 판매 증가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다.

특히 인피니티는 럭셔리 세단 Q50의 인기몰이로 판매량이 작년보다 무려 3배 넘게 늘었다. 닛산은 하반기 출시하는 소형 디젤 SUV '캐시카이'를 앞세워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다른 일본차들과 달리 닛산은 올 들어 국내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신차 전략으로 부활에 성공한 케이스"라며 "닛산이 혼다를 추월하고 일본차 1위인 토요타의 아성을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