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100대 기업 디폴트 위기"-블룸버그

동남아시아의 주요 기업들이 채무 부담과 수익성 악화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위기에 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동남아 100대 상장기업의 수익 대비 부채 비율이 지난해 2011년 이후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고 수익성 지표인 자본이익률(ROE) 평균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처음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동남아 기업들의 부채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더뎌진 성장세와 무관하지 않다. 동남아 100대 기업의 부채는 지난 4년간 89%(5010억달러·약 517조9338억원) 급증했다. 그 사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베트남의 성장률은 거의 반 토막 났다. 2010년 평균 8.5%였던 성장률은 지난해 5%에도 못 미쳤다.

성장둔화로 수요가 줄면서 실적이 나빠지자 기업들이 빚을 더 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동남아 기업들은 미약해진 역내 수요를 해외에서 메우기 위해 지난 5년간 역외 M&A(인수합병)를 3배나 늘렸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자비에 장 기업 신용평가 부문 책임자는 "성장률이 떨어질수록 기업들은 더 많은 빚을 내게 된다"며 "차입을 늘리는 게 유일한 성장 방법"이라고 말했다.


S&P는 최신 보고서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블루칩 기업들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는 부채는 금리인상이 시작될 때 취약성을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아세안 주요 기업들이 2008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사업 확장과 기업 인수에 투자한 3000억달러 가운데 절반을 차입에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환율 변동성에 민감한 해외 차입을 문제 삼았다. 한 예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곧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달러 빚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신 분기 보고서에서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일부 신흥시장 기업들의 해외 차입 규모가 각국 경제 규모와 맞먹는다며 채권자들도 금리나 환율 충격에 더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완 아지스 아시아개발은행(ADB) 경제통합 부문 책임자는 "부채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는데 외화 표시 채무는 환율 리스크(위험)도 동반한다"며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금리상승을 촉발해 외화 표시 채무가 많은 대기업들은 재무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다만 동남아 상장기업의 총 부채는 중국이나 인도 기업에 비하면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BIS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비금융기업 부채는 각국 GDP(국내총생산)의 20%, 52% 정도이고 말레이시아 기업이 135%로 아세안에서 가장 높지만 중국 기업들의 부채 비율은 GDP의 160%로 2010년 이후 2배나 늘었다.

BIS는 그러나 동남아 기업들의 부채 증가세가 가파른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BIS가 동남아 지역의 모든 기업의 부채를 분석한 결과 인도네시아 기업의 부채는 2010년 이후 181% 늘었고 싱가포르와 태국 기업은 각각 60%, 52%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