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 강세의 장기화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위원

미국 달러화 강세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테이퍼링 종료 시점이 임박함에 따라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 우려가 부각되는 가운데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완화정책 기조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 달러화 강세의 한계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미 달러화 강세는 그 동안 약화된 기축통화 입지를 재강화하기 위한 미 정책당국의 중장기 위기 대응 전략의 일환이라고 판단하며 미 달러화 강세의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미 정책당국은 왜 기축통화 입지를 강화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래와 같이 기축통화만이 누릴 수 있는 장점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기축통화국은 재정위기 발생 가능성이 낮다. 기축통화 발행국이 재정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채무불이행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기축통화 발행국의 최대 수혜라고 할 수 있다. 일반 기업처럼 국가도 발행채권을 갚지 못하면 부도에 이르는 것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지만 기축통화 발행국은 언제든지 필요할 때마다 기축통화를 발행해 국채를 갚아버릴 수 있는 강력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는 기축통화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기축통화는 국제 결제의 기본 수단이자 글로벌 위기를 대비하여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해야 할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둘째, 기축통화 발행국은 환율 리스크에서 자유롭다. 기축통화는 국제무역결제에서 사용되는 통화로써 환율평가의 지표 통화이므로 환율 리스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기축통화국의 무역 활성화뿐만 아니라, 기축통화 자산에 대한 가치를 상승시켜 주는 순효과로 이어진다.

셋째, 기축통화국은 낮은 금융비용을 유지할 수 있다. 일반 기업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가장 기본이 되는 구조는 그 나라의 국채금리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추가하는 것이다. 결국 해당 국가의 국채금리 수준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좌우하게 되며, 일반적으로 낮은 국채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기축통화국은 안정적인 자금공급이 가능하여 투자나 생산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지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민간소비도 같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한편, 미국이 달러화 강세를 통해 기축통화 입지를 강화시킨다면 과연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를 예측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선택되는 방법 속에 향후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 방향성에 대한 힌트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미국 정책당국은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재정정책과 금리정책을 조합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의 균형점을 찾고자 노력해왔다. 미국 경제의 자생력이 확대되는 구간, 즉 GDP갭 확대와 실업률 하락이 나타나는 구간에서는 재정수지 개선을 꾀했다. 동시에 경기과열과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위해 정책금리를 인상해 경상수지 악화를 감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미국 경제의 자생력이 약해지는 구간에서는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정책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에 총력을 기울였으며, 그 결과 재정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개선이라는 상반된 현상이 반복됐다.

따라서 향후 미국경제의 자생력 회복 가능성을 감안할 때 미국 정책당국은 재정수지 개선을 통해 미국 달러화 강세를 유도할 것으로 판단된다. 과잉 유동성 공급의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금리 인상과 유동성 흡수를 경기여건에 맞춰 점진적으로 단행할 것이므로 달러가 약세에서 강세로 이동하는 'Great Revaluation' 여건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