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걸린 구조조정, 산은·동부 협력강화 모드

여의도 산업은행 전경(위), 대치동 동부금융센터 전경(아래). /사진=머니투데이DB

구조조정 과정에서 의견 대립이 많았던 산업은행과 동부그룹이 모처럼 ‘협력모드’로 바뀌었다.

삼탄과 동부건설 (4,985원 ▲20 +0.40%)이 진행했던 당진화력발전소 매각이 뜻하지 않게 불발되자 신속한 후속조치를 위해 뜻을 같이 한 것. 동부는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설을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고 주채권 은행인 산은은 안정적 자금 회수를 노린 포석이다.

◇ ‘약식실사’, 동부가 우선 제안=16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삼탄과의 협상불발로 유동성 리스크가 다시 불거진 동부건설에 대한 ‘약식실사’를 채권단 측에 우선 제안했다.

통상 기업 실사는 2개월 정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약식실사는 2주 안팎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시라도 빨리 재협상 대상자를 찾겠다는 동부그룹의 의지를 밝힌 셈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은도 이에 화답해 추후 협상대상자 물색 범위를 한층 넓히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발전사업을 영위할 기업 외에도 투자목적의 사모펀드(PEF)도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산은 PEF가 우선 동부당진발전을 인수한 뒤, 신규 매입자를 찾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동부건설과 삼탄은 지난달 2700억원에 동부당진발전 지분 60%를 매각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추가 송전비용 부담 등에 부담을 느낀 삼탄이 이달 초 계약을 없던 일로 하면서 유동성 문제가 생겼다.

당초 2700억원의 매각대금 중 2000억원은 브릿지론 형태로 내년 6월까지 갚으면 돼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는 자금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700억원은 연내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에 사용될 예정인 긴급자금 성격이었다. 삼탄과의 협상 불발로 연내 회사채 상환에 변수가 발생한 이유다.

◇ 동부건설 구조조정 어떻게 진행되나=동부건설은 이달 500억원, 11월에 844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이달 갚아야 할 회사채 500억원 가운데 100억원은 산은이 보유한 채권이고 200억원은 동부생명, 200억원은 일반 개인투자자 몫이다. 산은은 상환연장을 거부했고 계열사인 동부생명도 동부건설 신용등급이 최근 투기단계인 'B-'까지 떨어져 지원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2기 경제팀은 지난 14일 출범 후 첫 서별관회의에서 동부그룹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채권단은 동부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가능성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동부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동부건설 구조조정 논의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 워크아웃 추진은 다소 앞서나간 얘기”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 법정관리 아니면 개인투자자 안전…회사 경영권 영향 없어=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동부건설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구조조정 방식에 따라 개인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은 차이가 있다.

법정관리로 갈 경우 회사가 보유한 자산처분권은 물론 채무까지 동결돼 투자자들의 자금회수가 당장 어려워진다. 그러나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형태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동부가 제안한 재무 개선대책을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동부건설은 재무구조 개선대책으로 △동부발전당진 지분 60% △동부하이텍 (40,500원 ▼450 -1.10%) 지분 10.21% △경기 오산 창고부지 △2조원 규모 공공수주 물량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가 아닐 경우 계획된 재무 개선대책이 순차적으로 이행돼 개인 투자자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실사 결과를 토대로 채권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동부건설 구조조정이 그룹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 전체 자산, 매출에서 동부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예년보다 많이 줄었다”며 “동부건설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도 경영권과 연관성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또 다른 동부 관계자는 “자체 보유한 자금과 매출채권 등을 통해 이달 회사채 상환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워크아웃설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