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니켈수소 지고 리튬이온 온다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 셀 /사진제공=LG화학

일본 완성차 업체 닛산이 NEC(일본전기)와의 합작사 AESC(Automotive Energy Supply Corporation) 외 제3의 업체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구매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단순한 거래선 다양화뿐 아니라, 니켈수소 전지 중심의 일본 배터리업체들의 경쟁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신호로 읽혀 리튬이온 전지 중심의 국내 삼성SDI와 LG화학 등의 약진이 기대된다.


16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자동차 CEO(최고경영자, 회장)는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전기차 시운전 행사에 참석, "AESC 외 다른 배터리 업체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닛산자동차는 전기차 '리프' 등에 사용하는 배터리를 AESC에서 조달해 왔는데, 배터리 구매루트를 다양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한 LG화학 (381,500원 ▲9,500 +2.55%)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LG화학과 르노는 지난 5월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 관한 협약을 맺은바 있다.


아울러 업계는 곤 회장의 이날 발언이 AESC의 배터리 생산량 감축 의사를 내놓은 것이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무게추가 니켈수소 전지에서 리튬이온 전지로 이동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AESC를 비롯한 일본 배터리 업체들은 과거 안정성이 뛰어난 니켈수소 전지를 주력제품 삼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다.

그러나 니켈수소 전지의 성능은 한계에 임박했고, 성능 개선 여지가 많이 있는 리튬이온 전지를 주력 삼은 LG화학과 삼성SDI 등에게 추격을 당했다.

특히 LG화학은 지난해 용량기준 1636㎿h(메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해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AESC에서 배터리를 독점공급 받던 닛산이 새 배터리 구매처를 찾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은 니켈수소 전지의 생산량을 줄이고, '대세'인 리튬이온 전지 비중을 늘리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크기가 같다고 가정할 때 리튬이온 전지의 용량은 니켈수소 전지의 3배"라며 "2000년 초반부터 하이브리드차량용으로 사용돼 개발한계에 도달한 니켈 수소전지와 달리 리튬이온 전지는 향후 개발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편 LG화학은 GM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현대·기아차, 포드, 폭스바겐(아우디) 등 글로벌 10대 완성차 업체 중 6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1위 완성차 업체인 상해기차를 고객사로 잡고, 난징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 등 주요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는 BMW를 고객사로 맞이해 i3와 i8 등 전략 차종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중국 시안 까오신산업개발구에서 연산 4만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