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IPO 공모가 상향...패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데뷔가 '블록버스터'급 흥행을 예고하면서 알리바바와 희비가 엇갈리게 된 기업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이날 주당 60~66달러로 정했던 잠정 공모가격을 66~68달러로 높여 잡았다. 강력한 투자 수요가 공모가 상향조정의 배경이 됐다.


오는 18일 결정되는 알리바바의 공모가격이 잠정 범위의 상단에서 결정되면 알리바바는 218억달러(약 22조5935억원)를 손에 넣게 된다. 이에 더해 주간사들이 '그린슈(green shoe)'라고 불리는 '초과배정옵션'을 행사하면 알리바바의 IPO 조달액은 최대 25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10년 중국 농업은행의 220억달러 공모 기록을 갈아치우는 역대 최대 IPO가 된다. 마윈(잭 마) 알리바바 회장이 활짝 웃을 일이다.

그러나 알리바바가 사상 최대 IPO의 승자가 되는 게 껄끄러운 잠재적 패자도 한둘이 아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쿼츠는 최근 알리바바가 IPO의 승자라면 패자가 될 기업이 여럿 있다고 소개했다.


쿼츠가 첫손에 꼽은 패자는 미국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다. 야후는 알리바바 지분 22.4%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억2010만주를 주당 66달러에 매각해 80억달러를 거둬들인다는 계획이다. 알리바바의 잠정 공모가격이 상향조정된 만큼 야후가 알리바바 지분 매각으로 챙길 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야후가 알리바바의 상장으로 반사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쿼츠는 야후 주식을 팔아치워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게 투자자들의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야후 주식을 팔아 챙긴 돈으로 알리바바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야후가 보유한 자산 중 그나마 매력적인 게 알리바바 지분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쿼츠는 주요 투자처가 IPO를 실시한 이후엔 투자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는 게 보통이라고 덧붙였다.

쿼츠는 이미 상장된 중국 인터넷 기업들도 알리바바 IPO의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리바바의 상장이 일방적으로 업계의 투자 수요를 끌어 모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해외 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인터넷 기업의 주가는 오름세를 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쿼츠는 이런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올해 IPO로 조달한 자금 규모는 8년 만에 최대이고 알리바바의 IPO 이후 증시에 데뷔할 준비를 하고 있는 중국 IT기업이 한둘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들이 새로 편입된 업종지수는 하락하기 쉽다는 얘기다.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 아마존도 알리바바의 희생양이 될 전망이다. 당장 알리바바가 잠정 범위에서 공모가를 정하면 시가총액으로 아마존을 앞서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사업영역이 겹친다는 점이다. 알리바바는 IPO를 위한 투자설명회에서 중국산 제품을 중국계 미국인에게 팔고 미국산 제품을 중국인에게 파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쿼츠는 알리바바의 IPO 성공이 중국 인터넷 기업 가운데 하나인 텐센트에도 역풍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알리바바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텐센트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알리바바가 IPO에 성공하면 스마트폰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