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주목해야 할 외국인 스탠스 변화

하반기 들어 한국 증시에서 연일 주식을 사 들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로 전환하고, 이 대신 기관과 연기금이 매수주체로 전환하는 등 시장 주도세력의 손 바뀜이 일어나고 있다.

물결이 부딪히면 소용돌이가 일어나듯 달라진 시장흐름에 맞춘 투자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외국인 매매비중이 큰 종목은 피하고, 대신 새로운 매수주체와 발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외국인 최근 4일간 2212억원 순매도=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1018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 이날을 포함해 최근 4거래일동안 2212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9월 코스피 외국인 순매수액(누적)은 전날 2305억원에서 1286억원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달 같은 기간(거래일 기준, 2856억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다.

코스피가 두터운 매물벽을 뚫고 7~8월 강세를 연출한 것은 외국인 매수의 힘이었다. 바꿔 말해 외국인의 스탠스 변화로 인해 조정이 깊어질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물론 최근 추세만 놓고 외국인들이 '셀 코리아'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긴 어려우나, 그만큼 외국인의 증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최근 상황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외국인들의 '팔자'에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1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저녁엔 유럽중앙은행(ECB)의 TLTRO(장기대출) 입찰 결과, 19일엔 스코틀랜드의 독립투표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연달아 이뤄지는 셈인데, 대부분은 증시에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FOMC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조기인상 가능성이 거론될 전망이고, 스코틀랜드 독립에는 영국계 자금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美·中 매수세 줄고 英자금 이탈 가속=최근 외국계 자금의 동향을 보면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7월 한국증시에서 1조4350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던 미국자금은 8월 7930억원 순매수로 집계, 매수폭이 절반으로 줄었다. 중국계 자금의 유입도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영국자금은 7월 30억원 순매수에서 8월 4400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계 전체적으로는 순매수액이 7월 3조5810억원에서 8월 2조4600억원으로 감소했고 이달 들어서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에 꾸준히 자금을 넣는 건 엔화약세로 투자메리트가 커진 일본계 자금이 유일한 상황이다.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매력이 아직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의 투자는 계속될 것이지만, 그 속도와 폭은 다소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해외변수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은 외국인 지분이 많거나 대량매매가 이뤄진 종목은 피하는 게 바람직한 상황이 됐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매도가 집중된 한국전력, NAVER, 호텔신라, 현대모비스, 기아차, SK텔레콤, 현대백화점, LG, 한국타이어, 삼성중공업, S-OIL, 삼성화재 등은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일부 상승한 종목이 있었으나 강도는 약했다.

위안거리는 최근 연기금과 투신권 매수세가 급격히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신권은 최근 6거래일 동안 2788억원을 사들였고, 연기금도 2015억원 순매수했다.

이날 기관 순매수 종목은 NAVER, 한국전력 (20,900원 ▼550 -2.56%), GKL (13,730원 ▼90 -0.65%), 현대제철, SK텔레콤, LG, LG유플러스, KT&G 등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매물에 대항하는 버팀목이 생겼다는 얘기인데, 그래도 일단 투자주체간 공방이 벌어지는 급격한 쏠림 현상이 벌어질 수 있어 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