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조사단, 이번엔 신종주가 조작세력 타깃

금융당국이 미공개 정보나 알고리즘 매매 등 신종 기법을 활용한 주가조작 세력에 대해 기획조사에 나선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출범 1년을 맞은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최근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이 사조직을 통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와 관련해 기획조사를 전개하기로 했다.

자본시장조사단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 증권업계 종사자들이 사조직을 만들어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미공개 정보를 공유하고 부당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자본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획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가 본격화되면 IR(투자자관계) 담당자가 기관투자자들에게 실적 정보를 사전 유출해 IR담당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검찰에 고발된 CJ E&M 사건 이상의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다만 사조직 대부분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적발이 어려운 데다 최근엔 해외에 서버가 있는 외국산 메신저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 기획조사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알고리즘 매매와 현·선물 연계 주가 조작과 같은 신종 불공정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도 강화한다. 알고리즘 매매는 사전 개발된 전산 프로그램에 주가를 비롯한 각종 거래 조건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매매가 이뤄진다. 초당 수백건의 주문을 낼 수 있어 통상적인 매매기법을 이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해외에서는 최근 알고리즘 매매를 이용한 불공정거래가 다수 적발됐으며 국내에서도 올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개입한 알고리즘 매매 방식의 주가 조작이 처음 적발됐다.
금융위는 이같은 신종 불공정거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5월에 국제증권기구(IOSCO)에 가입했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해외 조사당국과 정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자본시장조사단은 17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다. 조사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엄단을 지시한 지난해 9월 출범했다. 금융위를 비롯해 검찰, 금감원, 한국거래소 등에서 파견된 인력 20여명으로 꾸려졌으며 CJ E&M (98,900원 ▲2,200 +2.3%)과 NHN엔터테인먼트 (22,900원 ▲50 +0.22%)의 미공개정보 사전 유출 사건 조사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과정에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의 메신저 내역을 들춰내는 등 과잉 조사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IR담당자와 기관투자자간의 유착관계를 처음으로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행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금감원 특별조사국이나 자본시장조사국, 검찰 증권범죄 합동수사단 등 유사기관과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로 여러 기관이 주식 불공정거래를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면서 시장이 정화되는 효과가 있었지만 중요 사건을 놓고 과잉 경쟁하는 비효율도 없지 않다"면서 "자본시장조사단만의 특화된 업무영역이나 정체성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