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콘트라베이스 부정입학' 학생, 입학취소 정당"

'콘트라베이스 부정입학' 사건으로 입학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이 입학 취소 처분에 반발하며 소송까지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최규홍)는 김모씨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입학허가 취소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한예종 입학시험에 응시하기 전인 2010년 3월부터 5개월에 걸쳐 이 학교 기악과 콘트라베이스 전공 교수 이모씨(47)로부터 레슨을 받았다.

이씨는 단순히 김씨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한예종 입학시험이 열리기 1개월쯤 전 실기시험장에서 연습할 수 있게 했다. 시험장에서 총 2~3차례 김씨를 레슨한 것이다.

아울러 이씨는 같은 해 10월 열린 입학시험 평가위원으로 참가, 김씨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이후 '이씨가 가르친 제자가 입학시험을 본다'는 제보가 학교에 접수돼 이씨는 2차 시험부터 평가위원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김씨를 비롯해 1차시험을 통과한 이들은 전부 최종 합격했고, 김씨 부모는 합격 대가로 1000만원을 지급하고 이씨의 콘트라베이스를 2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지난해 4월 항소심에서 뇌물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콘트라베이스의 실제 가치가 2억5000만원 이상일 수 있다고 판단, 악기값을 받은 데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검찰과 이씨가 모두 상고하지 않으며 판결이 확정됐다.

이번 일로 자체 진상조사를 벌인 한예종은 지난해 3월 김씨의 입학을 취소했고, 김씨는 이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김씨 측은 "이씨가 숫기가 없는 김씨를 위해 미리 시험장에서 연습하도록 지시했을 뿐, 김씨는 이를 부탁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에 대한 형사사 건에서 악기값에 합격 사례비가 포함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사실이 인정됐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으로 대학 입시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김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연주자가 낯선 장소에서 연주하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져 실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실기시험 장에서 미리 레슨을 받은 것은 입학시험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김씨가 한예종에 합격하지 않았다면 이씨로부터 2억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지불하고 콘트라베이스를 구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항소를 제기했지만 항소심에서도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김씨가 상고를 포기하며 항소심 판결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