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요즈마펀드' 美 VC와 1500억 조성

정부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형 벤처캐피탈과 함께 국내·외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15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요즈마펀드'를 조성한다.


중소기업청은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현지 벤처캐피탈업체인 DFJ와 월든 인터내셔날(Walden International)과 총 1억5000만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대한민국 벤처펀드(가칭 코리아펀드)'를 조성키로 합의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DFJ와 월든 인터내셔날 등 실리콘 밸리의 상위 5% 이내에 드는 벤처투자 기관이 우리나라와 함께 공동 펀드를 조성, 직접 운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DFJ와 월든 인터내셔날은 7500만달러씩 코리아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펀드 재원은 우리나라 정부자금인 모태펀드가 40%를 출자하고 나머지는 국내외 출자자들이 참여하는 구조로 마련된다.

펀드 운용은 DFJ와 월든 인터내셔날이 담당한다. 재원의 최소 51% 이상을 국내 창업기업과 벤처기업, 중소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기업에 대한 투자의무비율 설정 등의 의무가 부과된 만큼 운용사에 우선손실 충당 등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다. 우선손실 충당은 투자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일정부분까지 모태펀드에서 책임을 지고 이를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서만 나머지 출자자들이 책임을 지도록 한 규정이다.


이번 코리아펀드는 올초 발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전 세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이스라엘의 요즈마펀드를 벤치마킹, 올해 500억원을 포함해 2017년까지 총 2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요즈마펀드를 조성키로 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코리아펀드 조성이 확정되면 당초 올해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성과다.

DFJ 티모시 드레이퍼 회장은 "한국의 창업기업들은 투자자로부터 지원을 제대로 받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한국의 기술과 교육이 세계적 수준이 된 것처럼 앞으로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DFJ는 1986년 설립된 벤처캐피탈로 핫메일·스카이프·테슬라·바이두 등을 발굴했고 운용 자산 7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톱 5안에 포함된 벤처캐피탈이다. 설립자인 티모시 드레이퍼는 이번 한국형 요즈마펀드의 대표를 맡고 개인 재산 30억원 가량을 펀드에 출자하는 것을 포함해 해외 투자자로부터 70억원의 투자확약서(LOI)를 받았다.

DFJ는 거의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어 모든 분야를 잠재적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이번 코리아펀드는 작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독특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기업에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월든 인터내셔날은 1987년 설립된 벤처캐피탈로 22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컴투스·선데이토즈·미래나노텍 등 한국 기업에도 투자한 경험을 갖고 있다. 립부탄 월든 인터내셔날 회장은 말레이시아 태생으로 싱가포르에서 성장한 배경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 등의 코리아펀드 참여도 기대된다.

월든 인터내셔날에서 조성할 코리아펀드는 국내의 벤처캐피탈과 공동 운용된다. 월든 인터내셔날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기업 등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청 관계자는 "코리아펀드 조성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내년에도 해외 벤처캐피탈을 직접 찾아 설명하면서 나머지 목표금액인 500억원을 조기에 조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