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이사회에 쏠린 눈… 林회장 '해임' 강행할까

임영록 KB금융 지주 회장 /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17일 KB금융지주의 이사회 모임의 결과에 따라 임영록 회장의 거취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KB금융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9명이 모여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 중징계를 받은 임 회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5일 회동에서 임 회장에게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권고한 이사회는, 이날 모임에서는 임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 처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사회 내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이날 모임에서 해임안이 처리될지는 불투명하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다수 이사들은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지나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임 회장이 끝내 자진 사퇴를 거부하면 KB금융 전체 조직을 위해 해임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이사들은 해임안 처리는 물론 임 회장의 사퇴에도 반대하고 있어 갈등이 심화되는 표정이다.

실제로 첫 번째 이사회 간담회에서도 사퇴 권고에 대한 일부 사외이사들의 반대가 강경했다. 한 사외이사는 "사외이사 모두가 사퇴해야 한다는데 동의한 것은 아니다"며 "일단 현재 정부의 요구가 무엇인지 모두 이해하고 있는 만큼, 임 회장에 시간을 주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첫 간담회 직후 배포된 이사회의 입장에서도 '이사회 전원'이 아닌 "다수의 이사"가, '자진 사퇴'가 아닌 "임 회장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다.

자진 사퇴에도 의견이 엇갈린 마당에 해임에는 더욱 합의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2~3명의 사외이사가 드러내놓고 임 회장의 사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임 회장이 스스로 결정할 시간을 더 주자"는 입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사회 내 내분을 막고 '전원합의'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던 이 의장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이 의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일단 오늘 모임은 간담회"라면서도 "간담회를 하다 보면 이사회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한 사퇴 또는 해임에 반대하는 사외이사들을 설득해보고, 가능하면 해임 안건도 관철시킬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KB금융 일각에선 전날 임 회장이 직무정지 징계의 효력 정지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처럼 이사회 내부에 자신에 대한 지지 의견이 적지 않다는 것에 힘입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 의장이 이날 모임에서는 임 회장에 대한 보다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오는 19일 추가 이사회에서 해임안 처리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임 회장이 행정소송을 통해 사실상 '자진사퇴 불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 오히려 이사회의 결단을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임 회장의 사퇴 거부로 KB금융의 장기적인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이 의장이 이사회 내부 분열을 감수하고도 이날 곧바로 해임안 표결을 강행할 수 있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반대 의견이 적진 않겠지만, 당장 표결이 진행된다면 해임안 처리를 위한 과반수 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당국은 임 회장의 행정소송에 대해 "예상됐던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제(16일) 밤늦은 시간에 전자소송을 통해 소장이 제출된 것을 확인했다"며 "미리 소송대응팀을 구성했으며, 오늘 오후 대응팀 회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 역시 이날 오후 열리는 KB금융 이사회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당국은 이사회에 "KB금융 주주와 고객이익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른 이사회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이사회의 해임안 처리를 바라는 표정이다.

다만 이사회가 시간을 끌어 해임안이 처리되기 전에 법원이 임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금융당국의 입장이 난감해질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에게 회장직 복귀의 길이 열리고, 본안 소송 내용과 관계없이 여론이 환기되며 일단 임 회장 측의 '버티기'가 탄력을 받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