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2위 '세기의 대결' 한전부지 낙찰가 4조넘을까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과 현대기아차 그룹의 양재사옥(오른쪽) 전경.

17일 한국전력의 서울 삼성동 부지 입찰이 마감된 가운데 삼성전자 (77,700원 ▼1,900 -2.39%)와 현대차 (230,000원 ▼1,000 -0.43%)그룹이 써낸 입찰 가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한전 부지는 감정평가액이 단일 자산으로는 사상 최고가인 3조3346억 원에 이른다.


업계에선 한전이 내부적으로 산정한 입찰 하한가(예정 가격)가 감정평가액을 상회하는 만큼 인수 후보들이 4조원 이상의 가격을 써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한전 부지에 대해 강한 매입 의지를 보여 온 현대차그룹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사가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컨소시엄 내 지분(인수금 분담액)은 각각 '50(현대차):30(기아차):20(모비스)'의 비율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입찰 참여를 일찌감치 공식화했으나 입찰가와 관련해선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 논란을 의식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업계에선 일단 현대차가 그동안 일관되게 보여 온 매입 의지를 감안하면 입찰가가 감정평가액을 훨씬 상회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현대차는 한전 부지를 인수해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을 지을 계획이다. 아울러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을 벤치마킹한 자동차 소재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 등을 건설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전 부지 매입은 통합사옥 건설이라는 그룹의 숙원사업이자 산업적, 경제적 측면에서도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실수요 투자인만큼 반드시 매입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그룹 내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입찰 참여가 기정사실화돼 온 만큼 현대차가 더욱 공격적인 가격을 써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은 각각 17조6000억원, 5조7000억원, 6조1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삼성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산정한 기준에 따라 적정한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서조차 함구하던 삼성그룹도 이날 오후 4시 마감 전에 주력사인 삼성전자를 통해 입찰에 참가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18일 낙찰자 결정 후 상세한 내용을 밝히겠다"며 입찰 금액 등 다른 정보는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고심 끝에 참여한 이상 낙찰이 가능한 수준의 높은 입찰가를 써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과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개별기준 31조 4000억원으로 자금 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모두 부지 매입과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낙찰 후 경제적 효과 등을 철저히 분석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겠느냐"며 "승자의 저주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베팅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