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한전부지 입찰 데드라인까지 '007 철통보안' 지켜

삼성 서초사옥(왼쪽)과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사진=머니투데이DB, 현대차그룹

"삼성전자는 한전 부지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내일 결과가 나오면 자료를 내겠습니다." (17일 오후4시12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가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입찰 마감시간(17일 오후4시)이 지난 직후에야 참여를 공식 확인했다. 여러 예상을 깨고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전자만 단독으로 입찰에 응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경쟁자인 현대차그룹이 두 달 전부터 참여의사를 공식화한 반면 삼성전자는 베일에 싸인 채 '철통 보안'을 지키며 함구해 왔다.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 하듯 정중동으로 입찰 준비 물밑 작업을 벌여온 것이다.

심지어 입찰 당일인 이날까지 그룹의 최고위 수뇌부는 물론 실무진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날 아침 6시30분 쯤 삼성 사장단회의 참석을 위해 서초사옥으로 출근하던 그룹 최고위 임원들은 일제히 말을 아꼈다.

이 인수전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은 한전 입찰 참여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미소만 지었고,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도 "잘 모르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장충기 미래전략실 실차장(사장)도 "제가 알리가 있나"라며 에둘러 피했다.

거의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던 그룹 출입기자 브리핑도 이날은 열리지 않았다. 예상되는 (입찰 여부) 질문에 별로 답할 내용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감정평가액 3조3346억원의 초대형 매머드급 매물을 사들일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군으로 재계 1~2위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꼽혀왔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달 29일 매각공고가 나왔을 때 "내용을 검토한 뒤 참여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이후 공식적인 입장 발표가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부에선 여러가 설(說)만 난무했다.

삼성은 왜 이렇게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였을까.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원래 인수전이나 입찰에 앞서 결정 직전까지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리며 물밑 작업을 하다 확정이 되면 거침없이 밀어 붙이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괜히 경쟁자와 과열 양상을 보이다가 가격만 띄우는 무리수를 피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한 실리주의다.

또 삼성은 워낙 명분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삼성전자가 나홀로 참여하는 것에 대한 명분을 찾은 데 시간이 소요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기 입원이라는 변수까지 생겨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