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대중국 수출

우리가 기다렸던 선진국 수출 회복 신호가 나오고 있다. 올해 7월까지 대미국 수출은 9.6%, 대EU수출은 11%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그런데 전체 수출은 고작 2.9%밖에 증가하지 못했다. 수출 비중 1위 국가인 대중국 수출이 1.2%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거꾸로 가는 대중국 수출 모멘텀'이다.


대중국 수출 감소 현상에는 3가지의 포인트가 있다. 첫째, 대중국 수출의 96.2%를 차지하는 자본재와 중간재가 수출 감소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대중 수출 주력산업인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석유화학의 수출 감소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셋째, 이는 중국이 해당 상품들의 생산과 자급률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한국 수입의 의존도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국 수출 산업은 신뢰와 실속의 문제에 당면해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수출이 늘었다. 그러나 국가부채위기 이후로 선진국들은 일제히 자국 제조업 부흥에 나섰고, 그만큼 한국으로부터 수입을 줄였다. 기대만큼 수출이 늘지 못하자 수출기업들은 연이어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기업이익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최근 다행이 수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수익성 회복 기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환율의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과거 2004년에서 2007년까지 수출이 큰 폭으로 늘던 시절에도 수출기업들의 전체 이익은 그리 늘지 못했다. 원화 강세 현상 때문이었다. 최근 다시 원화 강세에 의한 채산성 우려와 함께, 엔화 약세에 의한 수출 경쟁력 약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것이 곧 일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속의 문제'다.

신뢰와 실속의 문제에 당면해 있는 한국 수출 기업들에 대중국 수출의 구조적 문제는 추가적인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는 차후 수출 회복세를 더디게 하고, 특히 장치산업 쪽에 구조조정 압력을 부여할 것으로 본다.


신뢰와 실속의 문제에 중국 문제까지 겹쳤으니, 이제라도 수출업종의 비중을 축소하는 것이 맞을까?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수출주 비중을 유지하기를 권고한다. 올해 들어 수출업종의 시가총액은 대략 36조원이 증발했고, 전체 시가총액 점유율도 5% 포인트 급락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가파른 조정 폭이다. 수출주에 대한 심리 악화와 정부정책에 의한 내수 회복 기대가 맞물린 결과인데, 그 폭이 너무 과하다고 본다. 연말까지는 소폭 되돌림 현상이 예상된다.

해당 이슈들에 너무 포괄적으로 대응하는 것 보다는 산업별로 엔저와 대중국 수출 문제의 영향력을 점검하고 개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장치산업인 정유업종의 경우 대중국 수출의 구조적 감소는 분명한 위협 요인이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산업 같은 경우는 중국 업체들과 차별 포인트가 존재하고 아이폰의 화면 확대가 이뤄진 시점이라 당장은 중국 이슈에 너무 민감할 필요가 없다.

한국 수출업종을 둘러싼 환경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야 한다. 지금은 수출주의 가격 반등이 예상되지만, 연말이나 내년 초에도 환율과 수출의 구조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수출주 주가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환율과 중국에 관련된 뉴스와 자료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슬기롭게 대응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