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CEO, 대학교수가 '뛴다' 대학교수가 '뜬다'

대학교수가 뛴다, 대학교수가 뜬다. '정치판'이 아니다. 대학교수 출신의 CEO(최고경영자), 이사회 의장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IT업계 이야기다.


잘 알려진 게임업체 중에서는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의장과 권준모 네시삼십삼분 의장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들은 색다른 경험 방침으로 IT업계에 신선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카이스트 인공지능연구센터 연구원 출신 이 의장, 뇌파연구실 도입

NHN엔터테인먼트 (22,300원 ▼50 -0.22%)는 지난해 판교 사옥인 '플레이뮤지엄'을 완공하면서 뇌파연구실을 새롭게 도입했다. 뇌파연구실(뉴로사이언스랩)은 게임을 연구의 주제로 삼아 뇌파를 비롯한 생체신호 및 인지기능 평가를 통해 인간의 특징을 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NHN엔터 관계자는 "게임할 때 발생하는 특정 뇌파 등을 분석해 게임 이용자에 가장 적합한 UI(이용자 환경) 등을 찾아낼 수 있다"며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때도 기존 인기를 끌었던 게임의 패턴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지 등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숭실대학교 정보과학대학 컴퓨터학부 부교수 출신으로 2005년 NHN CTO(최고기술경영자)에 부임하면서부터 IT업계와 연을 맺었다. 90년대에는 카이스트 인공지능연구센터 연구원 등을 지냈는데 NHN엔터의 뇌파연구센터 도입도 당시의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 전공 권 의장, 파트너사와의 '조율' 리더십 탁월

권준모 네시삼십삼분 의장은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부교수 출신이다. 심리학 전공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 문화관광부 게임 산업 자문 등을 하다가 학생들과 엔텔리젼트를 설립한 것이 시작이 됐다.

'블레이드', '활', '수호지' 등을 성공으로 이끈 네시삼십삼분은 '텐센트', '라인' 등에서 투자에 관심을 보일 정도로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권 의장은 "게임이 인기를 끌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전공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리학 전공의 권 의장은 파트너사를 찾는 과정에서 능력이 극대화된다. 네시삼십삼분은 개발사와 퍼블리셔(유통사)의 관계를 넘어서 콜라보레이션(협력) 관계를 맺는데 주력하고 있다. 개발한 게임을 유통하는 의미에서 더 적극적인 협력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자칫 개발사에 지나친 관여가 될 수도 있지만 개발사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해 퍼블리싱(유통) 게임을 잇달아 성공시키고 있다.

네시삼십삼분과 개발사와의 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바로 권 의장이 맡고 있다. 게임광으로 알려진 권 의장은 직접 파트너사의 게임을 파고들어 적절한 조언을 하는데 능하다. 파트너사의 게임 순위 상위권에 권 의장의 이름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아울러 개발사와 네시삼십삼분과의 갈등이 발생할 때도 중재자 역할을 잘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승훈 썸에이지 대표는 "권 의장이 게임에 대해 굉장히 잘 파악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 이었다"며 "물망에 올랐던 다른 파트너사도 몇 군데 있었지만 이들과 함께 하면 잘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원자력공학 전공 안 대표, 시뮬레이션급 자동차게임으로 글로벌 호평

지난해 '2013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에서 전문앱 부문 우수상인 마켓상을 수상한 안상하 SUD대표도 중부대학교 게임학과 교수 출신이다.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과학자인 안 대표는 자동차의 움직임을 정확히 측정해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자동차 모바일게임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주행의 달인'은 구글플레이에서만 5100만 다운로드를 넘는 등 국내에서 가장 다운로드 수가 많은 게임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와 갤럭시노트 시리즈 등 휴대폰 디자인을 총괄하는 무선 디자인팀장을 맡았던 장동훈 부사장도 이화여대 교수 출신이다. 이화여대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장, 디자인학부 교수 등을 거쳐 2006년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디자인을 책임지던 장 부사장은 지난 4월 무선 디자인팀장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