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의 통큰 '10조베팅' 한전부지 품은 현대차

'감정평가액 3조3346억 원, 낙찰가 10조5500억 원'


삼성과 현대차 등 재계 1·2위 간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입찰 결과다. 18일 한전 발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삼성전자를 누르고 한전 부지의 새 주인이 됐다. 현대차의 낙찰가는 무려 10조원을 넘는다. 시장 예상치(최대 5조원)의 2배를 넘고 감정평가액보단 3배 이상 많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 한 결과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낙찰 후 "한전 부지에 제2의 도약을 상징하는 차원이 다른 공간으로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전 부지의) 현재 가치와 미래가치를 동시에 고려한 결정"이라며 "GBC 건립은 단순한 부동산투자가 아니라 자동차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했다. 감정가의 3배 이상인 10조 원 이상을 써낸 배경이다.

이런 '통 큰 베팅'엔 GBC 건립에 대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그룹 총수 일가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을 건립하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복합자동차문화공간인 'GBC' 설립이 절실했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은 "GBC는 100년 앞을 내다 본 글로벌 컨트롤타워로서 그룹 미래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 및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외국인과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경제효과를 창출, 국가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를 GBC로 개발하기 위해선 땅값 10조 원 외에 막대한 개발비용이 소요된다. 부지 매입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총 비용이 20조 원 가까이 필요할 것이란 추산도 있다.

이번 부지매입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곳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은 각각 17조6000억원, 5조7000억원, 6조1000억원이다. 합하면 30조원 수준이지만 부지매입에다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현대차 (235,000원 ▲4,000 +1.73%)그룹은 이런 우려에 대해 "지난 10년간 강남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 변수에도 연평균 9%(핵심지역은 10% 이상)에 달했다"며 "10~20년 후를 감안할 때 미래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한전 부지 매입비용 10조5500억 원이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GBC 건립과 개발 비용도 그룹 내 30여 개 계열사가 향후 8년간 분산투자하게 된다며 "부담이 크지 않다"고 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의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한 미국 앨라배마 공장 투자와 현대제철 투자 때도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망설임 없는 투자가 현재의 고속성장을 가능케 한 것"이라며 "한전 부지 개발도 하나의 산업에 새로운 투자를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