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국어에 MBA까지…스타트업 인턴에 인재 몰린다

#국내에서 이른바 'SKY'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싱가포르 유명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는 A씨는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해 한국을 찾았다. 국내에서 인턴으로 일하기 위해서다. 회계사 자격증까지 있는 '스펙' 화려한 그가 택한 곳은 10명 남짓의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A씨는 "인턴이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개인의 아이디어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경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열풍 속에 인턴 채용에도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안정된 직장과 높은 급여 보다는 도전과 경험에 가치를 둔 젊은이들이다.


18일 IT업계에 따르면 소셜 번역 앱(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플리토는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한두명씩 인턴을 채용하는데 평균 경쟁률이 20대 1에 달한다.

현재 이 회사에서 일하는 인턴들의 '스펙'도 화려하다. 호주 명문대학 중 하나인 모나쉬대학 회계학과를 졸업한 심모군(25세)은 영어, 태국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한다.

심군은 "사업가인 아버지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한두명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커가는 과정을 보면서 어떻게 적은 인원으로 회사를 키우고 글로벌한 서비스를 하는지 궁금해 인턴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미국 하비 머드 대학(Harvey Mudd College)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이모씨(21세)도 방학기간을 이용해 플리토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그는 "평소 인공지능 연구에 관심이 많은데 플리토가 사람과 사람간 소통을 돕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개발자로서 흥미를 느꼈다"며 "그래서 바로 회사에 메일로 이력서를 보내 돈은 한 푼도 주지 않아도 괜찮으니 방학동안 일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명함관리 앱 리멤버를 서비스하는 드라마앤컴퍼니는 최근 1년간 총 8명의 인턴이 거쳐갔다. 출신학교는 카이스트 4명, 서울대 2명, 고려대1명 등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와튼스쿨 MBA 학생도 거쳐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기업 인턴은 단순한 업무 보조만 하지만 스타트업 인턴들은 업무 오너십을 갖고 다양한 경험과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이 힘들어도 다른 곳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어고를 나와 국내 유명 사립대학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B군도 방학기간 국내 한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지냈다.

그는 "벤처캐피탈에 관심이 있어 스타트업쪽에 늘 관심을 두고 있었고 실제 친구들과 창업도 해봤다"며 "하지만 경험과 지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을 깨달았고 다른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 경험을 쌓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젊은이들은 자유로운 의사소통 구조와 자신이 하는 일이 바로 성과로 나타난다는 점을 스타트업의 장점으로 꼽는다. 인턴이 직접 실무에 투입되기도 하고 개발자가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도 있다.

국내 모바일 커머스 업체에서 일하는 인턴 최모씨는 "대기업 등 큰 조직은 내가 하는 일이 잘 보이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수동적이 되는 상황이 많다"며 "하지만 스타트업은 전체 큰 그림이 무엇인지, 내가 하는 일이 정확히 어디에 들어가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 보이고 성과도 바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경험해보고 싶은 젊은이들이 채용공고를 내기도 전에 미리 이력서를 보내는 경우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보장이 없고, 정규직이 되더라도 급여, 복지 등 대우가 열악하지만 창업을 위한 예비 단계로 스타트업 인턴에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며 "대기업과 벤처기업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는 경우 직접 체험을 위해 지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 등 벤처2세대의 성공 스토리도 스타트업 인턴에 인재들이 몰리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채용 공고를 내도 홍보가 어려운데 어떻게 알았는지 스타트업 인턴 경쟁률이 수십대 1에 달한다"며 "취업난 영향도 있겠지만 모바일 시장 성장과 함께 창업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면서 관심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