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규제장벽' 넘고 '신사옥 잔혹사' 끝낼까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바라본 한국전력공사 삼성동 부지 전경./사진=뉴스1

현대차 (235,000원 ▲4,000 +1.73%)그룹이 한전 부지 매입에 성공하면서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신사옥 건립이 좌초돼 온 '잔혹사'를 끝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이 실제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개발하고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기 위해선 서울시 인·허가 등 각종 규제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1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이 통합사옥의 필요성에 대한 절박함 속에서 신사옥 건립을 추진한 건 지금의 양재동 사옥으로 이사 온 2000년부터다. 그로부터 통합사옥의 터가 될 한전 부지를 인수하기까지 14년의 시간은 '규제와의 싸움'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현대차그룹의 첫 통합사옥 구상은 2002년 시작됐다. 그룹의 성장세에도 본사 부지가 협소해 애로가 커지자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양재동 본사가 포함된 인근 부지에 '오토파크'를 조성하는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됐다.

본사 뒷편 양재동 하나로마트 부지를 매입한 후 5만㎡에 달하는 땅에 신축 사옥과 자동차 박물관, 연구시설 등을 건립, 이 일대를 국내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의 구상은 부지 매입 실패와 규제 등의 현실적 이유에 가로막혀 폐기됐다.

재계 관계자는 "농협으로부터 양재동 본사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농협 노조의 반대가 심했는데 하나로마트의 본점 역할을 하는 양재동 매장을 추가 매각하는 데 농협이 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나로마트 부지를 매입하더라도 인근 일대를 개발하려면 각종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어서 현대차그룹은 꿈을 접어야 했다.

2006년엔 서울 성동구 성수동 뚝섬에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건설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2조원을 들여 삼표레미콘 공장부지 2만7830㎡에 110층 규모로 신사옥과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설하고 자동차 관련 비즈니스의 전략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었다.

기부채납 비율(48%)이 확정되고 부지 용도변경까지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서울시가 '초고층 건축 관리 기준안'을 마련해 50층 이상 200m 이상 초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선 도심 또는 부도심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새로 제시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또 다시 규제 장벽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한전 부지 입찰에서 재계 라이벌인 삼성보다 2배 이상 많은 10조5500억 원을 적어내며 낙찰자로 선정됐다. 현재로선 한전 부지의 경우 이전 사례와 달리 인허가 과정이 상대적으로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대차그룹이 서울시가 이 일대에서 추진하는 '국제교류 복합지구 조성 계획'에 맞춰 GBC 건립 구상을 밝혔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선 정 회장의 통 큰 베팅이 결과적으로 공기업인 한전의 공공부채 절감에 기여한 만큼 정부나 서울시가 '화답'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기부채납 규모와 부지 용도변경, 세부 개발계획 확정 과정에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각종 인허가 절차를 마치고 본격 개발 사업에 나서기까지 3~5년이 걸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번 사업이 서울 도심에서 진행되는 초대형 개발 사업이라는 점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나 규제 장벽이 돌출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26일 한전과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서울시와 본격적으로 개발계획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