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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사태, 'IT는 무죄'

[조성훈의 테크N스톡]

조성훈의 테크N스톡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입력 : 2014.09.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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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달간 금융권을 뒤흔든 KB금융지주 사태가 임회장에대한 전격적인 해임으로 수습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금융당국이 주전산기 교체과정에서 분란 등을 이유로 중징계를 통보하자 사건의 당사자중 한명인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전격사퇴한 반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버텨왔는데 이사회가 임영록 회장을 전격 해임의결하고 후임자 물색에 들어간 겁니다. 그러나 전 회장이 된 임영록씨는 여전히 금융당국의 조치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송으로 결백을 밝히겠다는 입장입니다. 당국도 검찰고발을 통해 임 전 회장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죄고있습니다.

KB금융의 내분 사태는 낙하산 인사들의 감정다툼과 금융당국의 판단미스 등이 결합된 한편의 막장 드라마입니다. IT전문가들의 영역으로만 보였던 주전산기 교체문제가 이처럼 사회적 이슈화가 된 것도 이례적입니다.

다만 사건이 촉발된 주전산기 교체 이슈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뚜렷하게 해소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임 회장과 당국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린 만큼 법정공방으로 판가름날 가능성이 큽니다.

KB사태, 'IT는 무죄'


임회장이 지속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주전산기 교체과정에서 책임이나 과실을 놓고 금융당국과 시각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 임회장은 금융당국의 징계가 결정된 뒤인 지난 10일 기자들을 만나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방식으로 주전산기를 전환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당국의 검사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이에 금감원도 다시 임회장의 주장을 재반박하는 형국입니다.

사실 다운사이징이라고 일컬어지는 주전산기 교체는 다른 은행들도 대부분 거쳤던 일입니다. 그런데 유독 KB에서만 문제가 됐을까요. 일단 IT전문가들은 사이에서는 임회장측 주장을 옹호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현재 7개 시중은행중 메인프레임 방식을 유지하는 곳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뿐입니다. 따라서 유닉스가 대세라는 임회장 주장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IBM이 60년대 출시한 메인프레임은 2000년대 들어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유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겼습니다.

IBM주도의 메인프레임은 높은 안정성과 신뢰성이 강점인 반면, 유닉스는 일종의 개방형OS(오픈소스)인 유닉스에 여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만드는 조립식입니다. 신뢰성과 안정성은 메인프레임에 못미친다는게 대체적인 평가이지만 가격이 월등히 저렴합니다.
때문에 2000년대 들어 금융권에서는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전환하는 이른바 '다운사이징'(Down-sizing) 열풍이 불었습니다.

KB사태, 'IT는 무죄'


외환은행이 2005년 다운사이징을 처음으로 시도한데 이어 2006년 신한은행, 2009년 하나은행과 농협은행 등 프로젝트가 속속 진행됐고 오는 10월 3일에는 기업은행도 유닉스기반 차세대시스템 가동에 들어갑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다운사이징을 검토해왔으나 매각을 앞둔 상황이어서 의사결정을 미뤘습니다. 유닉스로 전환한 시중은행들 모두 아무런 문제없이 시스템을 운용중입니다.

금융감독원이 검사를 통해 허위보고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던 국민은행의 유닉스 시스템 도입관련 성능검증(BMT)에 대해서도 IT업계에서는 대체로 "문제가 없다"는 임 전회장측 주장을 힘을 실어줍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BMT결과 하루 1억건 거래중 400만건의 오류가 발생하고 1700회나 시스템이 다운됐는데도 실무진들이 이같은 리스크가 문제없다고 이사회에 허위보고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매일 400만건의 거래에서 오류가 발생했고 이를 수작업으로 처리해야한다는 것인데 거짓보고했다는 겁니다.

반면 기자가 만난 한 금융IT전문가는 "그정도 에러율은 충분히 조정될 수있는 수준인데 과도한 문제제기"라고 일축했습니다. 세계 최고수준인 우리 금융IT 수준을 금감원이 과소평가했다는 겁니다.

또다른 IT전문가도 "오류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며 어떤 오류인지 살펴야한다"면서도 "BMT과정에서 오류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자체만으로는 굳이 문제삼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유닉스 도입초기라면 모를까 이미 수많은 은행들이 도입해 검증이 됐고 다양한 솔루션이 만들어진 기술이어서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아울러 논란은 국민은행이 왜 하필 빅뱅방식 대신 리호스팅 방식을 도입했느냐는 지적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이는 이건호 전행장측이 임 전회장측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주장한 것입니다.

일단 주전산시스템을 다운사이징하는 방식은 크게 빅뱅과 리호스팅방식으로 나뉘는데 현재는 빅뱅방식이 다수를 이룹니다.

빅뱅방식이란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시 기존에 쓰던 주전산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새롭게 개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가장 전통적이면서 완성시 시스템의 안정성이 높지만 전면 재개발 방식인 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들고 위험하기도합니다. 이에따라 리호스팅방식이 등장했는데 메인프레임에서 가동되던 주전산시스템을 유닉스기반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일종의 번역기를 다는 방식입니다. 아무래도 시스템의 성능이나 안정성은 뒤지겠지만 기존 개발된 시스템을 재활용하는 만큼 개발비용이나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운사이징을 진행했던 은행들은 대부분 빅뱅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는 시스템을 개비하면서 아예 코어뱅킹(Core banking) 시스템까지 모바일뱅킹이나 대외채널 확대 등 새로운 금융환경에 맞게 재개발해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미 2010년 차세대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국민은행으로서는 IBM과의 메인프레임 계약이 임박한 시점에서 계약종료 뒤 어떤 IT플랫폼을 장기적으로 사용하는게 유리할지 판단하는게 당면 과제였습니다. 따라서 새롭게 시스템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사용하던 시스템에 일부 추가 개발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조성훈 증권부 자본시장팀장
조성훈 증권부 자본시장팀장

나아가 기술방식은 은행이 자사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선택해야할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닙니다. 실제 BNP파리바와 씨티그룹등도 일부 리호스팅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다 국내 소프트웨어회사인 티맥스소프트는 리호스팅 기술을 해외에 수출해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IT프로젝트는 언제나 실패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 실패사례도 수두룩합니다. 그러나 결과가 도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유닉스를 도입한 게 문제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결국 되짚어보면, 이번 KB금융사태는 IT에서 촉발됐지만 IT의 문제라기보다는 본질적으로 은행과 무관한 모피아, 연피아 출신 낙하산 인사들의 힘겨루기와 리더십이 분산된 기형적 조직구조에 원인이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KB경영진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것도 굳이 따지자면 IT관련 의사결정에대한 책임이 아니라 왜 조직의 안정을 해치면서까지 대외적으로 분란을 일으켰느냐는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주전산기 교체는 은행의 10년 대계를 결정할 중대사안임에도 이를 처리하는 리더십이 분열되면서 회사내부에서 마무리 지어져야할 불협화음이 필요 이상으로 증폭된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나 낙하산 관행에대한 반성론이 거세게 일고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발주사 CEO에게 비정상적인 이메일을 보내 사태를 촉발시킨 한국IBM의 부적절한 행태와 수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BMT에 참여했던 여타 국내외 IT기업들의 희생입니다.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한국IBM에 대해서는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합니다. 또 발주처 수뇌부의 감정 다툼에 억울하게 손해를 보게된 IT기업들에게는 적절한 보상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KB금융사태는 우리 금융와 IT업계 모두에 적지않은 숙제를 남기게됐습니다.

조성훈
조성훈 search@mt.co.kr

조성훈 산업2부 차장.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그러면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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