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파산관재인 비방한 분양피해자, 배상책임 있다"

머니투데이

김정주 기자

광화문 신문로에 위치한 주상복합건물 '베르시움'의 분양피해자들이 시행사 파산절차 당시 파산관계인을 비방하는 언론 광고를 실었다가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주게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5부(부장판사 이영진)는 시행사 보스코산업의 파산관재인이었던 김모씨(58)가 "허위 광고를 게재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조모씨(77)와 심모씨(58)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조씨 등은 김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수차례 사업 파행을 겪은 베르시움의 시공사 보스코산업은 자금난과 부채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 2006년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이후 시행사 대표인 최모씨가 2009년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분양피해자 대표 조씨와 최씨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은 심씨는 2009년 10월 한 일간지에 '고발장'이란 제목으로 파산관재인 김씨를 비방하는 광고를 실었다. 광고에는 '보스코의 파산관재인이 법을 악용해 불법공매를 자행해 수분양자들의 계약금을 소멸시켰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광고를 본 김씨는 두 사람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했고 정식재판에 넘겨진 조씨와 심씨는 각각 벌금 100만원과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와 별도로 제기된 이번 소송에서 재판부는 해당 광고로 인해 김씨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판단했다. 김씨의 인격과 명예, 신용이 훼손돼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고 업무수행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조씨 등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아무런 근거자료도 없이 허위 광고를 게재했다"며 "파산관재인은 법원의 지도와 감독을 받으면서 공적인 업무처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에 대한 비방행위는 파산관재인에 대한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사법의 기능을 수행하는 법원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행위로 마땅히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 광고 형식을 빌려 근거없는 비난을 하는 경우 그 파급효과가 커서 실추된 명예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며 "사회 불신 풍조를 조장하고 사회 통합을 해칠 위험성이 큰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액수를 정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