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늘 본사에 안 계십니다" 그럼 어디에?

구본걸 LF 회장

"가을 주력 상품이 왜 매대에 잘 보이지 않나요? 추석이후 점포당 매출은 얼마나 늘었나요?"

최근 LF (15,150원 ▲10 +0.07%) 영업부는 바짝 긴장해 있다. 수시로 회장님의 전화가 걸려오기 때문이다. LF 구본걸 회장은 최근 현장 경영을 크게 강화하며 지방 출장을 많이 가고 있다. 특히 현지에서 궁금한 데이터나 영업 사안이 있으면 즉각 전화로 이를 체크한다고 한다.


답변이 구체적이지 못하거나 핵심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가는 불호령도 감수해야 한다.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보고하라"는 주문도 수시로 계속된다.

구본걸 LF 회장은 올 하반기 들어 서울 강남 본사로 출근하는 날이 1주일 중 1~2일에 그친다고 한다. 현장 경영의 고삐를 죄면서 지방이나 해외 출장이 부쩍 늘었다.

임직원들의 근무도 당연히 구 회장 동선에 맞춰 현장 중심으로 바뀌었다. LF 관계자는 "최근 영업부서 직원들은 매장으로 곧장 출근해 현장부터 살피고 있다"며 "수시로 매장 상황을 파악해 영업·마케팅 전략에 바로바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집중하라"가 올 하반기 구 회장의 주요 업무 지시이기 때문이다.


구 회장이 이처럼 회사 역량을 현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 4월 LG패션에서 LF로 사명을 바꾼 뒤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철저하게 현장에 뿌리를 둔 매출 확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구 회장 판단이다.

특히 이 같은 현장 경영이 결실을 맺기 위해 LF는 이미 상당한 준비를 끝낸 상태다. 지난 2년간 회사 재고를 크게 줄여, LF의 전체 자산대비 재고 비중을 올 상반기 기준 20.3%로 패션업계 최저치로 낮춘 것이 단적인 예다. 반면 현금 동원능력은 업계 최고 수준인 현재 2582억원(현금성 자산)으로 4년 새 8.11배나 늘렸다.

결국 영업력만 살아난다면 올해 이런 내실이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구 회장의 복심이다. LF 관계자는 "재무에 정통한 구 회장이 재무제표를 직접 챙기면서 체질 개선을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MBA를 수료하고 LG증권 재무팀 등을 거쳤다.

실제 구 회장의 계획은 서서히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LF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지난해대비 7.3%, 16.6% 늘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매출이 지난해보다 3.2% 감소한 상황에서 수익성이 이처럼 좋아진 것이어서 더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구 회장은 매출 확대를 위한 세부 전략도 강조하고 있다. 유통채널을 다각화하는 한편 영업망을 강화하는 정공법이다. LF는 올 상반기 신사업 테스크포스팀(TFT)을 발족해 면세점과 홈쇼핑 등 새로운 유통채널을 적극 준비하고 있다. 밸류 존 사업부는 리테일사업부로 바꿔 다양한 브랜드를 유통하는 편집숍 사업을 키우고 있다. 백화점 매장을 뛰어넘어 성장성이 높은 채널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서다.

신사업 테스크포스팀 수장으로 영업통인 김인권 상무를 임명한 것도 현장에 힘을 실으려는 포석이다. 올 상반기이후 광역시 단위까지 본사 영업부 직원을 상주시켜 현장의 문제점이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도 현장 경영 일환이다.

구 회장의 현장 경영 드라이브에 주식시장도 화답하고 있다. 최근 LF 주가는 지난 6월 저점 대비 30% 올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탄탄한 재무구조로 체질을 바꾸고 영업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올해 이후 실적 개선을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매수에 적극적"이라며 "추가로 판매 다각화 전략이 나오면 시장은 LF를 더욱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