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징계·'공연음란' 처리 놓고 골머리 앓는 法-檢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법원과 검찰이 쉬쉬하며 처리할 수밖에 없는 말못할 고민에 빠져 있다.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려 동료 법관의 판결을 비판한 판사에 대한 징계여부와 '공연음란' 혐의로 체포된 전직 검사장에 관한 사건 처리를 놓고서다.

대법원은 법원 내부 전산망 게시판에 글을 올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을 비판한 김동진(45·사법연수원 25기)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의 징계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21일로 김 판사가 글을 올린지 열흘째다.

김 판사는 지난 12일 원세훈 전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선고한 1심 판결을 놓고 "법치주의는 죽었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당시 김 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의 국정원 댓글 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馬)'"라며 "국정원이 2012년 당시 대선에 대해 불법적인 개입행위를 했던 점들은 객관적으로 낱낱이 드러났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자명한 사실임에도 담당 재판부만 '선거개입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의 글이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관윤리강령 4조 5항에는 '법관은 교육이나 학술 또는 정확한 보도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체적 사건에 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다'고 규정돼있다.

더욱이 김 부장판사는 지난 2012년 횡성한우 원산지 표기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돼 서면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법원 일부에서는 김 부장판사가 판결을 놓고 '공개적으로 논평해' 서면경고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는 수원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서 청구할 수 있다. 성낙송 수원지법원장은 김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를 조만간 청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 안팎에서는 김 부장판사의 글과 징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내용을 떠나 김 부장판사가 법관윤리강령을 어긴 것은 확실하다"며 "징계를 하지 않는다면 법원의 신뢰를 더욱 깎아내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소장 판사는 "징계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대법원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것"이라며 "징계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대법원이 '내부 소통'을 위해 획기적인 카드를 꺼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제주시 대로변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김수창(52) 전 제주지검장 사건의 처리 방향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김 전지검장에 대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지난달 22일 검찰에 이를 송치했다. 21일로 송치 이후 꼭 한 달이 됐다.

김 전지검장은 사건 발생 직후 혐의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으나,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자 이를 인정했다.

검찰은 박철완(53·사법연수원 21기) 광주고검 제주지부 검사를 제주지검 직무대리로 발령낸 뒤 사건을 배당해 수사토록 했다.

혐의 사실이 중하지 않고, 피의자가 혐의를 시인하는 데다가 송치된 이후 한 달이 지났으나 검찰은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피의자의 '신분'이나 사건의 성격, 범죄 정도를 볼 때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공연음란죄는 최고형량이 낮아 대부분 정식재판 없이 약식기소된다. 또 처벌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경우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김 전지검장이 초범이고, 혐의를 인정한 만큼 기소유예나 약식기소 처분을 하는 것도 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해결사 검사', '재력가 장부 뒷돈 검사' 등 연이어 구설수에 휘말렸던 검찰은 김 전지검장 사건 처리를 놓고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

김 전지검장이 정식 재판에 넘겨지면 벌금형에 더해 교육 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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