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4년 만에 유상증자…"회사채 1500억원 갚는다"

구자은 LS전선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LS전선

국내 전선업계 1위 LS전선이 2010년 이후 4년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회사 설립 후 2번째다. 증자로 확보된 자금은 부채 상환 및 자본 확충에 사용된다.

LS전선은 지난 19일 보통주 492만7912주를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가격은 3만5000원으로 유상증자로 조성된 금액 1725억원 중 225억원은 운영자금, 1500억원은 기타자금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 지주회사 LS가 자금수혈…11월 회사채 1500억원 상환= 이번 유상증자는 외부인에게 신규 주식을 파는 ‘제 3자배정’ 방식이 아닌 기존 주주들에게 증자된 주식을 우선적으로 할당하는 ‘주주배정’ 방식이다.

현재 LS전선 지분 87%는 지주회사인 LS가 보유 중이다. 이를 감안하면 증자된 주식 상당수를 LS가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자금액과 지분율 등을 고려하면 LS (116,800원 ▼5,400 -4.42%)가 LS전선에 1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셈이다.

1주당 신주배정주식수는 0.3445757로 정해졌다. 예컨데 기존에 LS전선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라면 이번 증자과정에서 약 34주의 신주 구입 권한이 우선 부여되는 셈이다.

증자로 마련된 자금 중 1500억원은 오는 11월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에 전액 활용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11월 두 차례에 걸쳐 400억원, 1100억원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데 증자로 마련된 자금 중 기타자금 1500억원은 회사채 상환에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LS전선 부채총액은 2조6380억원으로 이 가운데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1조922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부채 규모가 많은 LS IND 분할에 따라 차입금이 많이 줄었으나 여전히 갚아야 할 채무가 상당하다.

업계 안팎에선 최근 원재료 가격상승에 수익성 악화와 및 장기불황에 따른 수요감소로 부채비율이 확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후발 주자인 중국업체들의 저가 가격공세도 부담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회사채 상환과 자본 확충을 통해 LS전선 재무구조는 개선될 전망이다. LS전선에 따르면 예정대로 증자가 진행되고 회사채를 갚을 경우 부채비율은 396%에서 276%로 감소한다.

카타르에 수주할 132Kv급 초고압 해저케이블이 LS전선 동해공장에서 운송선에 설치된 턴테이블에 실리고 있는 모습. 이번 프로젝트 수주금액은 5000억원으로 국내 전선업계 사상 최대규모다. /사진제공=LS전선

◇ 자본금 늘려 대형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 이번 유상증자로 LS전선 자본총액은 5300억원에서 7000억원까지 확대된다. 2008년 이후 두 차례 회사분할로 줄었던 회사규모가 다시 커지는 것이다.

당초 LS전선의 자본총액은 1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2008년 지주회사 LS (116,800원 ▼5,400 -4.42%), 계열사인 LS엠트론 분할로 회사 자본은 7400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이에 더해 지난해 LS IND 분할로 전체 자본총액이 5300억원까지 축소됐다.

전체 자본금이 줄면서 수천억원대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감점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LS전선 관계자는 “글로벌 1, 2위 전선업체인 프랑스 넥상스와 이탈리아 프리즈미안의 자본금 규모는 1조6000억원~2조2000억원에 육박한다”며 “수천억원대 전선발주 프로젝트 진행시 양산능력, 자본규모도 평가항목에 들어가 다소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증자로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에서도 종전보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 상장 위한 사전포석?…LS전선 "앞서 나간 얘기"= 일각에선 이번 증자가 상장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S전선은 2012년에도 상장을 추진하려다가 수익성과 부채문제로 뜻을 거둔 바 있다. LS전선은 이후 내년 초에 상장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중국, 인도 등 해외법인 실적부진을 고려해 2016년 이후로 상장 시기를 1~2년 더 미룬 상황이다.

LS전선은 이번 증자와 상장 추진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증자가 IPO를 위한 사전준비 차원이라는 것은 다소 앞서 나간 얘기”라고 말했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LS전선이 상장기업이 되기 위해선 부채감소는 물론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초고압·해저케이블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익률을 높여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