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상장 자회사 덕에 웃는 '지주사'

잘 나가는 비상장 자회사 덕분에 화색이 돌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CJ, LG 등이 알짜 비상장 자회사의 실적 증대와 긍정적인 기대감 덕분에 기업 가치를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 (122,500원 ▼1,000 -0.81%)는 지난 22일 직전거래일 대비 2.24% 상승한 18만25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7월 초 대비 25.8% 상승한 수준이다. 최근의 주가 상승은 상장·비상장 자회사들의 견조한 실적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 상태에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 수익성 위주의 내실경영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분기 CJ제일제당, 대한통운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도 훌륭했지만 CJ올리브영, CJ푸드빌과 같은 비상장사의 선전이 한 몫을 했다. 특히 국내 드럭스토어 중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CJ올리브영은 올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보다 40% 늘어난 2800억원, 순이익이 6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각 도시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는 점포들이 실적 증대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CJ올리브영은 국내에 385개, 중국에 1개 점포를 갖고 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CJ올리브영은 GS왓슨 등과 경쟁 하는 드럭스토어계열 국내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며 "하반기 매출 증대를 발판으로 올해 연매출 5800억원, 순이익 150억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은 앞으로 그룹 내 제조와 유통을 연결시켜 주는 플랫폼 역할을 해 줄 것이란 점에서 CJ의 기업가치 제고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비상장 계열사 간 합병 작업도 일어나고 있다.

이날 비장상자회사 CJ시스템즈는 CJ올리브영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CJ시스템즈는 "IT시스템 구축과 운영업을 영위하는 CJ시스템즈는 유통·물류분야의 IT역량을 강화하고 CJ올리브영은 국내외 사업확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유통회사로서 성장기반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합병배경을 밝혔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CJ는 성장성이 높은 상품의 유통채널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다"며 CJ의 목표주가를 종전 대비 14% 상향했다.

LG (77,900원 ▼1,200 -1.52%)도 주력 부문인 전자의 비상장 자회사 LG CNS의 성장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재조명받고 있다. LG CNS는 지난 2011년부터 사업영역 확대를 위한 인력충원과 연구개발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수익성이 하락세를 나타내다가 올해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증권업계는 올 매출액 3조원대, 영업이익률 5% 이상을 전망하고 있다.

동종업종인 삼성SDS의 상장 이슈에 따른 수혜 기대감도 높아졌다. 삼성SDS는 이르면 올 10월 말 늦어도 11월 내 코스피시장에 상장된다. 이에 따라 장외시장에서 연초 1만2000원선에서 거래되던 LG CNS는 최근 약 3만3000원대로 올라섰다.

LG CNS의 가치상승은 그룹 지주사인 LG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부터 순자산가치(NAV)에서 그동안 의존도가 높았던 화학, 생활소비재 부문의 비중이 낮아지는 대신 전자, 통신·서비스 등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룹 순자산가치에서 그간 부진했던 전자, 통신 및 서비스 부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과거에 비해 실적 안정성 뿐 아니라 향상성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목표주가를 9만1000원으로 상향했다. LG주가는 7월 초 대비 17.8%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