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통상임금 협상결과 ‘부익부 빈익빈’

올해 1월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저임금·장시간 임금체계 개선과 통상임금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최영호 기자

올해 전자업계 임금협상이 대체로 마무리되면서 ‘통상임금’ 협상결과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통상임금은 1근로시간, 1근로일에 대해 지급키로 노사계약에 명시한 임금액으로 야간·휴일근로 수당이나 퇴직금 산출기초가 된다. 통상임금 인정범위가 넓어질수록 임금인상 효과가 크고 사측의 인건비 부담은 증가한다.

업계 맏형 격인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와 LG전자 (91,200원 ▼1,400 -1.51%)는 올 초 정기상여금 600%를 통상임금에 반영토록 협상을 마쳤다. 당초 다른 전자업체들도 이 기준을 바탕으로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통상임금 적용범위를 놓고 절충점을 찾지 못해 소송에 들어간 기업도 있고 아직까지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기업도 있다.

특히 경영사정이 어려운 회사들은 임금동결은 물론 통상임금 협상을 보류한 곳도 있다. 회사별로 통상임금 인정범위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당장 올해부터 연봉 격차가 벌어질 전망이다.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5월~6월부터 노사간 임금협상에 들어간 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 LS전선, LS산전 (167,000원 ▲12,000 +7.74%), 동부대우전자, 대한전선 (12,750원 ▼350 -2.67%) 등은 임금인상률 및 통상임금 인정범위 합의를 대체로 완료했다.

먼저 SK하이닉스 노사는 올해 기본급 인상률 6.3% 인상(호봉승급분 제외)안에 합의했다. 또 임금피크제와 만 60세 정년연장도 오는 2015년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통상임금 인정범위를 놓고는 별도합의를 진행해오다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법원에 판단을 맡기기로 했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지난 12일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 통상임금 관련 소장을 제기했다. 노조 측은 임금인상과 별도로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노사 양측은 법원 판결을 토대로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LS전선 노사는 통상임금 범위 단계적 적용확대 방안에 합의했다. 최근 불황으로 재무상태가 어려워진 회사 사정을 고려해 올해에는 정기상여금 300%를 통상임금 범위로 인정하고, 내년부터 정기상여금 6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했다. 별도의 기본급 인상은 하지 않기로 했다.

LS산전 노사도 최근 임금협상을 마쳤다. 구체적인 임금인상률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나 지난해 물가상승률(1.3%)보다는 다소 높게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임금 인정범위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LS산전은 LS그룹 소속인 만큼 앞서 합의안을 도출한 LS전선과 비슷한 수준으로 합의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계열사별 노조가 각각 존재하는 만큼 통상임금 최종 협상결과는 다소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조조정 등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의 사정은 이보다 좋지 않다. 국내 전선업계 2위인 대한전선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물가상승률 수준의 기본급 인상에 합의했지만, 통상임금에 대해서는 별도 논의 없이 협상을 마무리했다.

동부대우전자도 마찬가지로 올해 기본급 동결, 통상임금 추후논의로 가닥을 잡았다. 동부대우전자는 동부그룹으로 편입된 지난해 임금을 10% 이상 올렸고, 지난해 투자확대로 영업이익이 많이 나지 않은 점, 올해 업황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임금을 동결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실적과 자금사정에 따라 임금인상률이 차별화되는 것은 당연한 시장논리”라며 “다만 통상임금은 법원 판결기준이 조금씩 달라 노사 양측이 명확히 합의하지 않을 경우 추후 인정기간 및 적용범위를 놓고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