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전통시장 인근 기업형슈퍼서 신선식품 안판다

신세계그룹이 전통시장과의 상생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통시장 내 신선식품 전격 철수를 결정했다. 2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시장 안에 있는 이마트에브리데이 중곡점 직원이 신선식품 상품들을 매대에서 꺼내고 있다./사진제공=신세계그룹

국내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가 국내 최초로 전통시장과 지속적인 상생모델을 가동한다. 전통시장 인근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에서는 과일이나 채소, 수산물 등 전통시장에서 주로 파는 신선식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대신 전통시장에 없는 가공품과 공산품 판매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신세계그룹은 전통시장 안이나 100m 이내에 인접한 자사 SSM 체인인 '이마트 에브리데이' 점포 4곳에서 신선식품을 매대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22일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시장에서 '신세계·전국상인연합회 상생 선포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마트, 매출 20∼30% 포기한 과감한 시도=이마트는 상생모델 1호점인 서울 중곡점에서 이날 사과·배 등 과일 29종, 배추·무 등 채소 42종, 갈치·고등어 등 수산물 21종 등 총 92개 품목을 뺐다. 중곡점에 이어 일산점, 면목점, 사당점 등 전통시장 인접 점포에서도 순차적으로 신선식품을 팔지 않을 방침이다.

이들 상품군이 이마트 에브리데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로 4개 점포의 연매출은 총 40억원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과일, 채소, 수산물 등의 연관 소비까지 고려하면 연 평균 30% 정도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이마트는 보고 있다.

신선식품을 뺀 공간에는 가정간편식과 수입과자, 애견용품, 소형가전 등 전통시장에서 팔지 않는 상품들을 집중적으로 채우기로 했다. 전통시장의 집객력을 높여 지역상인과 이마트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펴겠다는 의미다. 이마트는 이를 위해 전통시장 상인연합회와 협의를 거쳐 소비자들이 선호하지만 시장에서는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 대대적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갈등관계 청산, 지속가능한 상생될까" 업계도 촉각=신세계그룹의 이번 결정은 갈등 관계로만 치닫던 전통시장과 지속적인 상생모델로 거듭날 수 있는 국내 유통업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대형 유통사가 전통시장에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등 일회성이자 일방적 이벤트가 아니라 중장기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진일보한 모델이다.


대표적인 해외 유통 상생 모델로는 도심 전통시장을 재개발해 1층은 채소·과일·육류 등을 판매하는 전통시장이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스페인 마드리드 사례가 있다. 하지만 국내 대형마트는 해외보다 신선식품 매출 비중이 높은 수익구조여서 신선식품 판매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김해성 신세계그룹 전략실 사장은 "이마트 에브리데이 중곡점은 국내 대·중소 유통업계 관계 전환에 전기를 마련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이마트 입장에선 신선식품 철수로 당장 매출이 감소하겠지만 전통시장 자체의 경쟁력이 높아져 쇼핑객이 증가하면 중장기적으로 이마트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장은 "전통시장 내 매장에서 신선식품을 빼고 대신 그동안 취급하기 어려웠던 상품들을 판매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결정"며 "이번 상생모델을 시작으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공생하는 유통 구조를 구축하고 다양한 협력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그룹은 전통시장 경영 현대화의 일환으로 디자인 비닐봉투 500만장을 전국 전통시장에 무료 제공한다. 무미건조한 디자인의 검정 비닐봉투를 대체할 세련된 디자인의 봉투를 제작해 나눠줄 방침이다. 또 연내 전통시장 내 점포 가운데 고객 인지도와 상품 경쟁력이 높은 이른바 '핵점포'를 선정해 시설 리모델링 자금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