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3일간 6000억 매도…셀코리아로 돌아서나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황국상 기자

국내 증시 수급을 이끌던 외국인의 매매동향이 심상치 않다.

최근 3일 연속 국내 주식시장에서 6000억원에 가까운 물량을 던지며 매수에서 매도 기조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대한 실망매물이 나오고 있는데다 중국 등 글로벌 경제 환경이 비우호적이란 분석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3일간 1100억원(18일), 2407억원(19일), 2313억원(22일) 등 총 5829억원 어치 물량을 팔았다. 7월과 8월에 각각 4조712억원 , 1조8244억원 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기조를 보이던 것과 정반대 모습이다. 이번 달 들어 외국인은 총 4242억원 어치 순매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발길을 돌리게 한 것은 국내 시가총액 상위주에 대한 강한 의구심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77,200원 ▼2,400 -3.02%)는 실적 부진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데다 현대차 (231,500원 ▲500 +0.22%)그룹은 최근 부동산에 10조대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심리를 낮춘 것이 큰 타격을 줬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이날 각각 118만원, 19만4500원으로 나란히 장 중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실적 우려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라 외국인은 '120만원 아래서 저가 매수하겠다'는 식의 관망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현대차는 최근 거액의 부동산 투자 결정을 내리며 한국의 거버넌스(국정관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새어 나왔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주식영업 담당자는 "최근 운송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며 "현대차의 부동산 투자 결정은 배당확대 등 주주이익에 반한다는 지적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한국전력의 삼성동 본사 부지매각 입찰에서 10조5500억원 의 인수가격을 제시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같은 결과를 두고 금융투자업계는 그룹의 상반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총 39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추후 배당 증가 및 생산시설 증설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것으로 풀이했다.

소식이 알려진 후 최근 3일간 외국인은 현대차 주식을 1750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현대모비스는 683억원, 기아차는 399억원 어치 팔았다.

매크로 이슈와 관련해서도 국내 시장에 비우호적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들어 중국정부가 경기부양책을 통해 자국 경기를 활성화시킬 기대감이 있었고 이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 증시 전반에 대한 매수세를 불러왔다"며 "그러나 최근 중국 경기지표가 여전히 좋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퍼지며 국내 및 신흥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주춤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환 NH농협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23일 발표되는 중국 9월 HSBC 제조 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속보치 예상치는 50.0으로 2개월 연속 하락할 것"이라며 "중국의 국경절 수요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경기 부진과 미니부양책 효과 약화 및 부동산 투자 둔화 등을 고려할 때 수치는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이 양적완화를 실시함에 따라 유동성이 풍부해 질 것이란 예측도 빗나갔다. 지난 18일 유럽중앙은행(ECB)의 표적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1차 입찰 결과가 발표됐는데 그 규모는 시장 예상치인 1000억 유로를 밑도는 826억 유로로 확인됐다.

유 팀장은 "하반기 중 유럽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있어 당장 유동성이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며 "10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등을 앞두고 당분간 국내 주식 시장에 유동성 공백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우호적 외인 수급현상에 비춰볼 때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 현상을 이어갈 것이란 의견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0월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되는데 대비해 그간 유입된 달러 캐리자금이 일부 빠져나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4분기까지 코스피 지수는 1950~2100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9044계약을 순매도해 국내 증시 하락폭이 더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주 외국인이 1만 계약을 매수했기 때문에 선물시장에서의 외인 매매 행태는 '중립변수'인 수준"이라며 "다만 3분기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해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기까지 현물시장에서 매도세는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