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 청약 미달 사태에도 코코본드 발행 러시

은행들이 잇따라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에 나서고 있다. 바젤Ⅲ 도입 이후 후순위채가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만기가 돌아온 후순위채를 코코본드로 차환하기 위해서다. 바젤Ⅲ는 코코본드를 자본으로 인정한다.


JB금융지주 (11,980원 ▼110 -0.91%)는 22일 2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정정신고서 제출 등으로 발행 일정이 4번 연기된 끝에 이날 청약을 마무리했다. 우리은행이 지난 4월 미국에서 10억달러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한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는 JB금융지주가 첫 사례다. JB금융지주에 이어 부산은행이 오는 30일, 전북은행이 다음달 24일 각각 1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 국내 발행에 나선다.

코코본드의 해외 발행도 줄을 잇고 있다. 외환은행은 이날 3억달러(3134억7000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싱가포르에서 발행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발행 일정과 만기 등 구체적인 계획은 해외 발행시장의 여건과 국내기업의 해외 발행 물량 등을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19일 아시아시장에서 3억달러(약 3123억원) 규모의 코코펀드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은 다음달 코코본드 발행을 위해 정관을 변경하고 이르면 연내에 3000억~5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할 전망이다.

코코본드는 채권이지만 발행사인 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원금이 상각되거나 주식으로 전환되는 구조의 신종자본증권이다. 코코본드가 상각되면 투자자는 투자 원금을 날리게 된다. 주식으로 전환돼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은행의 주식인 만큼 주가가 크게 떨어져 손실을 보게 된다. 이 같은 투자위험 때문에 금리가 일반 금융채보다 높다.


최근 은행들이 앞다퉈 코코본드 발행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부터 국내에 도입된 바젤Ⅲ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바젤Ⅲ에서는 후순위채가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만기가 돌아온 후순위채를 코코본드로 차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자기자본 대비 후순위채 잔액 비중이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코코본드 발행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최근 들어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코코본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보다는 해외 발행 수요가 늘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JB금융지주가 이날 국내에서 발행한 코코본드의 청약 결과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JB금융지주가 이날 2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 청약을 마감한 결과 총 528억원의 주문이 접수돼 최종 청약경쟁률이 0.264대 1에 그쳤다. 지난달 25일 수요예측에서 접수된 기관투자자 수요가 5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추가 청약 물량이 극히 미미했던 셈이다. 발행금리는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6.40%로 정해졌다.

최종 청약이 미달되면서 1472억원 규모의 미매각 물량은 공동주관사인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7,370원 ▲10 +0.1%)이 정해진 비율에 따라 나눠 인수한 뒤 재판매하거나 유동화한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인수비율은 0.675대 0.325로 KB투자증권이 떠안을 물량이 1000억원에 달한다.

한 시장 관계자는 "국내 첫 코코본드인 만큼 대다수 기관투자자는 관련 내부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곳이 많았고 코코본드 등급이 JB금융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AA+)보다 세 단계나 낮아 선뜻 투자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데다 발행사의 콜옵션으로 5년이면 원금 회수가 가능한 연 6%대 고금리 상품이었지만 개인 투자자가 상품 구조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문의는 많았지만 청약에 나서는 투자자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