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도 정부가 해준다

'정부3.0' 발전 계획/자료=정부3.0 추진위원회

#직장인 A씨는 연말정산 때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를 이용하긴 하지만 신용카드, 의료비 내역 등을 신고서에 일일이 옮겨 적어야 하기 때문. 공제를 잘못 신청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도 컸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불편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에 연말정산 신고서 초안을 신청하면 정부가 매년 연말 신고서 초안을 작성해 보내주기 때문. 기부금 등 몇가지 정보는 본인이 직접 추가해야 하지만 연말정산 스트레스를 크게 덜 수 있을 것 같다.

정부가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화해 국민 맞춤형 서비스 정부 구현에 나선다. 또 부처 간 칸막이를 해소를 위해 융합행정을 구현하고, 공무원 개인PC 시대를 마감하는 클라우드 정부도 구축한다.


정부3.0 추진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정부 운영방식 개편안을 담은 '정부3.0 발전계획'을 수립해 23일 발표했다.

‘정부3.0’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정부혁신전략으로 지난해 비전과 계획이 발표된 후 공공데이터 개방 등 관련 작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할 가시적 성과가 미흡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만한 특단의 전략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 7월 정부3.0 추진위원회가 설립돼 발전계획을 준비해 왔다.


이날 발표된 '정부3.0 발전계획'은 '신뢰 받는 정부, 국민행복 국가'를 비전으로 △서비스 정부 △유능한 정부 △투명한 정부 등을 3대 목표로 설정하고 8개 핵심과제를 담았다.

각 과제는 부처와 민간전문가 중심으로 작업그룹을 구성해 시점별 달성목표를 관리하는 로드맵 방식으로 추진된다.

송희준 정부3.0추진위원장은 "그 간 대국민 인지도와 성과에 의문을 받던 정부3.0 국정과제를 새롭게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며 "중앙, 지자체, 공공기관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이 정부3.0 추진의 핵심동력으로, 정부의 일하는 방식 변화를 통해 국민 행복국가, 신뢰받는 정부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알아서 서비스 제공"

정부는 우선 '국민 맞춤형 서비스 정부' 실현을 위해 정부가 먼저 국민에게 제공 가능한 서비스를 제안하고, 국민이 이를 수락·보완하는 선제적 서비스를 도입키로 했다.

그동안 일반 국민들이 실업급여, 양육수당, 연말정산 등 정부·복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국민신청-정부승인'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정부제안-국민확인'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실업급여나 기초생활수급 신청서를 정부가 작성해 해당자에게 제시하고, 연말정산도 정부가 보유한 정보로 정산내역을 정리해 알려주면 국민이 확인·보완만 하면 되는 방식이다.

송 위원장은 "'송파 세 모녀 사건' 같은 복지서비스 사각지대도 기존 방식의 공공서비스 전달체계에서 나오는 문제"라며 "정부의 선제적 서비스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 정부가 독점해 온 공공서비스도 정부-민간 연계방식으로 전환된다. 국민들이 항상 사용하는 민간 포털이나 민간 앱을 통해서도 정보검색, 신고 등이 가능해지면 민원처리가 훨씬 빨라진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 맞춤형 서비스 정부 기본계획을 부처 및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부처 칸막이 해소, 클라우드 정부 구축

정부는 또 '일 잘하는 유능한 정부'를 내걸고 융합행정,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정책결정 도입을 중점 추진키로 했다.

우선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현재 부처별 관리되는 공문서와 정책자료 칸막이를 없애고, 검색만으로 범정부 지식공유가 가능한 환경을 구현한다.

부처간 협업을 지원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협업실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협업 지도도 만들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시기별·사안별 협업현황, 문제점 파악, 우선 협업분야 도출 등 부처간 협업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메일 위주의 정보유통도 지식공유가 쉬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방식으로 개편하고 영상회의를 포함한 범정부 통합소통체계(unified communication)를 만들어 공무원 출장 등 비효율적 업무관행을 줄이기로 했다.

주먹구구식 의사결정에 따른 행정력과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증거기반 정책수립'도 법제화된다. 정책 수립시, 객관적·과학적 빅데이터 확보·분석을 의무화해 잘못된 수요조사용역 같은 공공사업의 비효율성과 낭비를 근절시키는 장치다. 정부는 내년까지 정책 영역별 데이터기반 미래전략 추진조직 및 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재난안전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 전영역의 안전을 진단해 심층분석할 빅데이터 모델을 내년까지 개발키로 했다. 2016년에는 '범정부 재난안전 통합관리시스템'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구축한다.

◇정보공개 제도 전면 재정비…투명한 정부 구축

투명성을 가로막는 정부업무 기록관리 체계도 개선된다.

정부의 정보부존재 처리건수는 2012년 3만4520건에서 지난해 4만2209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17년까지 정보공개 및 데이터 개방을 제한하는 법·제도를 정비하고, 민간이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수준의 원천정보·데이터를 공개키로 했다.

또 공공데이터 민간 활용 기반을 혁신하기 위해 국민이나 기업이 원하는 고가치·고수요 데이터를 우선 개방하고, 민간 영역의 침해 우려가 있는 서비스는 단계적으로 정비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