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시민단체 "단말 보조금 분리공시 돼야" 한 목소리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단말 제조사의 장려금과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듭 제기됐다. 또 가계 통신비 인하와 국내 제조사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단말 가격 인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는 10월 1일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단말기유통법의 의의와 가계통신비 절감과제 토론회'에서는 '단말 보조금 분리공시'에 대한 필요성이 재차 언급됐다.

분리 공시는 향후 전체 보조금을 공시할 때 제조사의 장려금과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을 나눠 이용자로 하여금 알게 쉽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단통법 고시안으로 제정됐으며 내일(24일)열리는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토론회에 앞선 인사말에서 "정부가 삼성전자의 입김에 휘둘려 단말기유통구조 투명화의 핵심인 이통사와 제조사의 보조금 분리공시제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을 위해 보조금 분리공시제도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홍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동통신사, 시민단체, 심지어 단말 제조사인 LG전자도 찬성하는 데 삼성전자만 단말 보조금 분리공시를 반대하고 있다"며 "내일 열리는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에서 좋은 결론이 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인 가계 통신비 요금 인하를 위해서도 분리 공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승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가계통신비의 40%는 단말 가격이 차지한다"며 "분리공시를 통해 제조사가 지원하는 보조금의 규모를 명확히 알고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동통신 보조금은 통신사의 보조금, 제조사의 장려금, 판매점의 마진 등이 합해져서 이용자에게 지급하게 되는데 그동안은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초과할 경우 통신사만 과징금을 받고 영업정지 등을 받게 되는 모순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이하 녹소연)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분리공시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녹소연은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양대 주체인 이통사와 제조사가 보조금의 구조를 애매하게 만들어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는 현행 영업형태를 개선하고 제조사 보조금의 투명한 공개를 통한 단말기 가격 인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보조금 분리공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내 제조사들의 단말 가격인하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됐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현재 이동통신시장의 행태는 가령 실제 50만원의 옷을 100만원이라고 속여 팔면서 20만원(보조금)은 할인 해줄테니 사라는 식과 같다"며 "이같은 이유로 제조사들을 상대로 사기죄 명목을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통법이 시행 되도 단말 가격이 인하되지 않으면 통신비 인하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구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 이사는 "국내 제조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이통사에 의존하는 유통 구조와 단말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국내 제조사들의 단말 가격 인하 압박 용도로 중국의 샤오미폰 공동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공동구매를 하면 단말 가격은 100달러에 불과하다"며 "국내 제조사들이 지금처럼 단말 가격을 100만원 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샤오미 등 중국의 중저가폰들이 국내에 대거 들어오면 국내제조사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자금 조달을 위해 샤오미 펀드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