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 사용권이 뭐길래..삼성운용·한투운용 갈등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ELS(주가연계증권)펀드'를 둘러싼 배타적 사용권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양사는 오는 26일 금융투자협회의 배타적 사용권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ELS펀드 구성 난제...지수화로 풀었다=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업계 최초로 ELS를 펀드로 구성한 'ELS인덱스펀드'를 출시했다. 그동안 ELS를 지속 투자하는 금융상품으로는 변액보험, 랩이 있었지만 펀드는 처음이다. 개별 투자 상품인 ELS를 가지고 안정적인 공모펀드를 출시할 수 있겠느냐는 금융감독원의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은 ELS지수화를 통해 이런 난제를 풀었다. ELS는 단발성 금융상품으로 발행시장만 있을 뿐 유통시장이 따로 없어 ELS 가격 평가가 어려웠다. 삼성운용은 각 증권사가 제시하는 호가를 가지고 ELS 가격을 평가한다. 또 이를 지수화해 ELS 가격을 표준화하고 투자 연속성을 확보했다. 삼성운용은 "ELS를 지수화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우리 고유의 생각"이라며 "그동안 업계에서 ELS를 펀드로 만들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실행 방법을 만들어낸 것은 우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이달 말께 출시할 예정인 ELS펀드는 민간채권평가사가 공시한 공정가액을 가지고 ELS지수를 산출한다. 이 펀드는 올해 초 출범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솔루션본부에서 준비해온 상품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LS 지수화는 삼성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꾸준히 고민해온 부분"이라며 "삼성과는 기초 자산, 펀드 운용 방법 등이 다른 별개의 상품"이라는 입장이다.

◇배타적사용권이 뭐길래=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각각 금융투자협회에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한 상태다.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게 되면 해당 상품을 1~6개월 동안 독점적으로 판매할 권리가 주어진다. 과거 경험상 펀드의 경우 독점 판매 기간은 1~2개월 수준이었다. 독점 판매 기간이 짧아 권한을 얻더라도 시장을 독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양사는 "업계 전체로 볼 때 ELS펀드 시장이 확대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나 혼자 ELS펀드를 판매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독창성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를 대표하는 두 운용사가 배타적 사용권을 두고 경쟁하게 된 데에는 최근 펀드시장이 위축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은 펀드는 단 3개뿐이다. 그만큼 이미 수 많은 펀드가 출시된 펀드시장에서 새 상품을 내기 힘들다는 의미다. 금투협 관계자는 "'독창성'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심사 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며 "배타적 사용권에 대해 이렇게 예민한 사례가 없었다"고 당혹스러워 했다.


한편 배타적 사용권 심사위원회는 오는 26일 개최될 예정이다. 심사위원회는 금융투자업계 2명, 외부전문가 4명, 금투협 자율규제본부장 총 7명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