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만에 1000배 성장한 수출...그 기적이 시작된 곳

1960년대 구로공단 봉제공장/제공=산업단지공단

1964년 11월 30일 연간수출누계가 사상 처음 1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로부터 31년 후인 1995년 수출액은 1000억달러로 불어났다. '한강의 기적'이었다. 수출 1억달러를 갓 돌파했을 당시 정부는 가난을 벗어날 유일한 해법을 '수출'이라고 판단했다. 자본·자원·기술 모두 부족했던 당시 재일교포를 끌어들여 공장을 짓도록 하고 수출 선봉장에 설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일만한 인프라 구축이 절실했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게 된 계기다.


1964년 정부는 수출을 위해 교통이 편리하고 항만시설이 가까운 곳, 토지수용이 원활한 곳 등을 기준으로 산업단지 대상지를 물색했다. 서울 구로동과 인천과 부평이 최종 선정됐다. 이듬해 구로동 수출산업공업단지가 먼저 첫 삽을 떴다. 산업단지의 태동을 알리는 서막이었고 경제개발의 불씨도 지펴졌다. 산업단지의 역사는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궤를 같이 할 만큼 기적을 일궈낸 토양이었다.

구로동 수출산업공업단지에는 트랜지스터와 라디오를 생산하는 동남전기공업 공장이 가장 먼저 준공됐다. 10개 국내 기업과 싸니전자를 비롯한 20개 재일교포 기업, 1개 미국기업 등 31개 업체가 입주해 공장 굴뚝으로 연기를 피워올리며 외화벌이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구로동 일대는 서울 변두리로 논과 밭, 야산이 있던 허허벌판이었다. 주변에 하천이 있어 공업용수 확보가 쉽고 경부선 영등포역과 5㎞에 불과해 교통이 편리한 장점을 갖고 있었다. 구로공단은 수출전선의 선봉에 섰다. 당시 의류나 신발, 가발, 인형 등 봉제품을 만드는 여공들의 재봉틀 소리는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70년대 들어 산업단지는 변화를 모색했다.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하려면 경공업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어서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재도약이 불가피했다.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한 때다.

이에 따라 포항은 철강, 여천은 석유화학, 창원은 기계, 거제는 조선, 구미는 전자, 온산은 비철금속 등으로 업종별로 특성화한 산업단지가 새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70년대 연평균 경제성장률 20.9%란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1979년 중화학 공업화율은 51.2%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본격적인 중화학공업국가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80년대 들어선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국토의 균형개발을 위한 지방분산 차원에서 산업단지를 호남권으로 확장하는데 중점을 뒀다. 당시 광양(철강), 군산(자동차), 대불(조선), 군장(자동차) 등 서해안을 중심으로 산업단지 조성이 이뤄졌다. 동남권 편중 현상을 해소하는 동시에 중국의 개방 등 대외적 정세 변화에 대비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80년대 중반 오일쇼크와 수출침체, 임금 상승으로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돼 노동집약적인 산업중심의 단지도 전환기를 맞았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90년대 들어선 첨단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산업단지 개발이 추진됐다. 광주첨단과학단지, 오송생명과학단지, 파주출판단지 등이 이 시기에 지정됐다.

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경공업, 중화학공업, 첨단산업으로 압축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산업단지라는 인프라를 조성해 시대별로 필요한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 덕분"이라며 "산업단지 역사를 보면 경제발전의 흐름을 그대로 알 수 있는 것도 국가경제의 척추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