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 요구르트' 개발, 연구원은 8Kg 살찐 이유?

장성식 한국야쿠르트 유가공연구팀장/사진=한국야쿠르트

"건강과 맛은 식품사업의 가장 기본인데도 여전히 이 두 가지를 조화시키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올해로 20년차 연구원인 장성식 한국야쿠르트 유가공연구팀장은 요즘 자나 깨나 당(糖) 생각뿐이다. 그 스스로 "식품업계가 설탕과의 전쟁을 시작했다"고 밝힐 정도다.


패스트푸드나 디저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한국인의 당 섭취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1인당 1일 당 섭취량이 2008년 49.9g에서 2012년 65.3g으로 증가했다.

당은 3대 영양소 중 하나인 탄수화물의 원천으로,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지만 지나치면 비만을 비롯한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특히 최근에는 곡물이 아닌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와 유아, 청소년의 당 섭취가 가파르게 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현재 시판 중인 발효유(요구르트) 제품에도 적지 않은 당이 들어간다. 평균 100ml당 10g이 훌쩍 넘는 제품도 있다. 이 때문에 건강을 위해 마시는 요구르트가 되레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장 팀장은 "식생활이 달라지면서 당류 섭취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지방과 마찬가지로 당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섭취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발효유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고 새로운 저당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발효유의 당 함량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학부 때는 유가공을, 대학원에서는 식품을 각각 전공한 국내 최고 유가공식품 전문가다. 국내 최초의 이번 저당 캠페인도 정 팀장이 주도했다.

그러나 당 함량을 줄이자는 방침이 정해지자 이번에는 '맛'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발효유에서 단맛을 빼면 신맛밖에 남지 않는데 그러면 고객들이 찾지 않게 된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시큼한 맛뿐인 발효유에 손이 갈 리가 없다.

당 성분을 줄이면 제품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장 팀장은 "연구원들끼리는 흔히 상(像)이 깨진다고 하는데, 살아 있는 미생물이 들어있는 만큼 성분을 조금만 바꿔도 유통 중 몽글몽글한 알갱이가 생기는 등 상(像)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맛과 안정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배합비율을 찾으려는 각개전투가 치열해진다. 설탕을 비롯한 당을 최소한의 양만 쓰면서 맛과 안정성을 잡는 게 지상과제. 한라봉이나 꿀 등 단맛을 내는 천연감미료와 발효유 원액을 다른 비율로 혼합한 뒤 일일이 맛을 보고 안정성을 점검하는 지루한 작업이 6개월 넘게 이어진다.

장 팀장은 "비율을 달리할 때마다 매번 맛을 봐야하는데, 신입 팀원 하나는 이번 저당 요구르트 신제품 개발기간동안 몸무게가 8㎏ 넘게 불었을 정도"라고 밝혔다. 그도 20년차의 노련한 연구원이지만 신제품 개발 때마다 1~2㎏씩 몸무게가 불기 일쑤다.

장 팀장의 현재 목표는 저당 캠페인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당을 줄이고도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무분별하게 당을 첨가하는 식품업계 관행에도 변화가 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제가 개발한 제품을 아이들이 먹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입에 매력적인 것보다 몸에 좋은 것을 찾는, 건강한 식습관을 길러주는 게 식품연구를 하는 사람의 역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