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함정' 치닫는 공무원연금

정부와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이대로 가면 정부의 재정부담 확대로 연금 지불유예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공무원노조는 개혁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방적인 개편 논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공무원노조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해묵은 과제가 다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국가 재정 악화, 연금 지불유예 우려 = 23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이 퇴직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연금액 가운데 부족한 돈만큼 정부가 메워주는 적자 보전액은 내년에 2조913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적자 보전액은 2017년까지 연평균 3조원대에 머물지만 차기 정부(2018~2022년)에서는 연평균 6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안행부의 추정이다.


연금 적자 보전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퇴직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7만명 수준인 공무원연금 수령자는 기대수명 증가로 10년 뒤인 2024년에는 65만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안행부 관계자는 "고령화와 수급자의 급증으로 연금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공무원연금의 적자가 늘면 국가채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정부가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가 고스란히 국가채무로 남는다. 공무원연금 제도가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자칫 연금 지불에 문제가 생기는 사태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여당의 우려다.

◇ "공무원에 후한 제도" 형평성 맞추기 = 정부는 공무원연금의 국민연금화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2016년부터 임용되는 공무원부터 국민연금 수준으로 혜택을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안행부와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연금가입자가 가입기간에 납부한 돈 대비 사망 예상시점까지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돈을 뜻하는 연금수익비는 공무원연금이 2.37배, 국민연금이 2.0배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모두 30년 납입을 전제로 했을 때 시나리오다.

다시 말해 공무원연금이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2016년 임용되는 공무원은 30년 동안 낸 돈의 2.37배를 돌려받고 국민연금은 2010년 기준으로 중위소득자가 30년 동안 납입하면 납입한 돈의 2배를 돌려받는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경우 1988년 최초 가입자의 연금수익비가 3.25배에서 2배로 하락하는 동안 공무원연금은 3.3배에서 2.37배로 상대적으로 축소율이 적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연금은 노후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각자가 부담한 금액에 맞게 받아가면서도 연금액의 차이를 가능한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자기 입장만 고수할 경우 유럽 재정위기 당시 그리스의 전례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연금 자체 불합리 해소 방안도 찾아야 = 공무원연금 개혁이 연금 자체의 불합리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고위직과 하위직 사이에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다.

국민연금의 경우 고소득자는 낸 것에 비해 적게 받고 저소득자는 낸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이 받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갖고 있지만 공무원연금은 낸 돈에 비례해 돌려받는다. 공무원연금은 예전에는 월소득에도 제한이 없었으나 고액 연금 수령자가 늘어나면서 연금 납입액의 기준이 되는 월소득 상한선을 전체 공무원 월평균 소득의 1.8배로 정했다.

김진수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단순하게 수령액을 몇 %를 깎는다는 것보다 어떻게 제도를 현실적으로 합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