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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연변이 로비스트 입니다" 대관 담당자들의 비애

[직딩블루스 시즌2 "들어라 ⊙⊙들아"]국정감사 앞둔 지금 '살 떨리는 시기'

직딩블루스 시즌2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입력 : 2014.09.27 09:00|조회 : 3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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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연변이 로비스트’다. 좋게 말하면 국회와 기업을 연결하는 ‘소통창구’ 역할을 한다. 국내 대기업의 대관(對官)팀에서 일하는 나는 로비가 불법인 국내 상황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

하루시작은 내가 담당하고 있는 국회 상임위의 영감님(국회의원)들 사무실에 인사하러 다니는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팀은 규모가 큰 편이라 중요 상임위는 야당과 여당을 나눠서 맡는다. 밖에서는 대기업을 다니는 갑(甲)으로 비춰지지만 국회에서는 한없는 을(乙)이다.

가끔 국회 사무실에서 요청하는 자료를 정리하기도 하지만 주요 업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사무실보다는 국회에, 회사사람 보다는 외부사람들을 만나는 게 더 잦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점심시간 직전 알고 지내던 보좌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대뜸 회사근처에 있는 맛 집을 아냐고 물었다. 알고 있다고 답하자, 대신 줄 좀 서달라고 한다. 그 유명한 맛 집은 예약도 안 되고, 기본 30분은 줄을 서야 한다.

나는 웃으며 답한다. “네, 몇 명이나 오시죠?” 땡볕에서 줄을 선지 30분이 지나자 보좌관이 ‘식구들’ 3~4명을 데리고 나타난다. 반주로 ‘소폭’ 몇 잔을 돌리며 함께 식사한 뒤 계산은 내 몫이다.

국정감사를 앞둔 요즘이 대관 담당자들에게는 가장 살 떨리는 시기다. 대관팀 1년 농사가 이 기간에 달렸다. 이 기간엔 영감님들의 콧대가 하늘을 찌른다.

최대 목표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회사의 ‘중요’ 인물을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아무리 그동안 일을 잘했다고 하더라고, 증인으로 채택되는 순간 돌아오는 것은 “그렇게 돈쓰면서 뭐했냐”는 질책이다. 우선 채택이 안 되게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되면 어떻게든 빼야한다. 아니면 최소한 한 직급 낮은 임원으로 대체해야한다.

어떤 기업들은 이 기간 동안 여의도 국회 근처에 오피스텔을 잡는다. 집에 갈 시간도 아깝다는 뜻이다. 소문에 의하면 한 기업은 증인 채택을 물리기 위해 담당 국회의원의 지역구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했다는 소리도 있다.

현직 보좌관들만 관리대상은 아니다. 자리에서 물러나 쉬고 있는 보좌관들도 관리를 해야 한다. 자리이동이 잦은 보좌관 세계에서 언제 다시 내가 담당하는 영감님의 보좌관이 될지 모른다. 또 쉴 때 잘하면 좋은 점수를 딸 수 있다.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줄곧 대관 일만 해온 ‘빠꼼이’들이다. 유명기업의 경우 20년차 대관 담당자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알고 지내던 5급 공무원이 장관이 되는 것도 여러 번 봤다는 ‘전설’들이 떠돌아다닌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지만 대관 담당자들도 잦은 회식,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잔병치레가 많다. 올해는 특히나 국정감사가 미뤄지면서 불안한 생활이 더 길어졌다. 10월 초 국정감사도 무산됐다는데, 언제나 시작할 지…. 오늘도 대관 담당자들은 긴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남이
김남이 kimnami@mt.co.kr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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