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이 얼마더라…" 머리 긁적이는 매장 직원

이통사 대리점 및 판매점이 즐비한 용산전자상가

"단말기 지원금 7만6000원에 12% 요금할인도 받아요…. 아, 아니다. 둘 중 하나만 된다고 하네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첫날인 1일.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한 가운데 이통사 대리점 및 판매점 현장 직원들은 단통법으로 바뀐 정책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혼선을 빚었다. 현장 직원에 대한 사전 교육이 이뤄지기도 전에 한꺼번에 많은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


직원이 손님과 단말기 구입 및 요금제 가입 등을 상담하다가 본사에 전화를 걸어 정책을 확인하는가 하면 잘못된 정보를 안내해 고객을 가입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예전 관행대로 보조금을 안내하는 호객 행위도 보였다.

A이통사 대리점 직원은 매장을 찾은 손님에게 "'갤노트4' 단말에 67요금제면 단말기 36만7000원 할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단말 지원금이 6만원 수준에 불과한데도 예전 관행대로 2년 약정할인 총액을 합한 금액을 단말기 할인이라며 '미끼'로 설명한 것.

B이통사 대리점 직원은 "오늘 아침에야 본사에서 보조금 규모 등 지시가 내려와서 너무 정신이 없다"며 "상담하면서도 헷갈려 매장 직원들끼리 토론을 하는 상황이고, 우리끼리도 잘 몰라 본사에 물어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통신사 직원은 "안그래도 손님이 별로 없는데 보조금이나 가입조건, 요금제를 설명하다가 다른 손님들이 그냥 나간다"며 "새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으로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보조금 규모가 줄었다는 불만이 많았다. 조금 기다리다보면 다시 이통사들이 눈치를 보면서 보조금을 올리지 않겠냐는 기대를 갖는 고객들도 있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휴대폰 매장을 찾은 회사원 김모씨는 "단말기는 100만원에 육박하는데 보조금은 많아야 30만원 수준"이라며 "휴대폰을 교체할까 했는데 일단 좀 더 기다려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시적으로 할인폭이 큰 단말기 판매 공지 등이 올라오던 온라인 사이트에는 단통법에 대한 비판의 글들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예전에는 기회를 잘 찾으면 단말기를 싸게 살 수도 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라며 "늘어난 최대 보조금도 결국에는 비싼 요금제 쓰는 사람만 해당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통법을 환영하는 소비자들의 글도 눈에 띄었다. 한 네티즌은 "1%의 번호이동족에게 가던 모든 보조금이 99% 일반 사용자에게 고루간다는 점에 대해서는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단통법 시행 초기인만큼 보조금 등 마케팅 정책이 보수적이라며 향후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이통3사가 고시한 단말기별 보조금은 대부분 기존 법정 상한선에 못미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초기 인만큼 현장에서의 혼선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직원 교육 등을 강화하고 있고 보조금 규모도 조금씩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