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5% 드려요" 저금리에 '특판적금' 인기 폭발

"적금 가입하러 왔는데 대기 시간만 1시간 반이에요."

1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SBI2저축은행 삼성본점을 찾은 KT&G 직원 B씨(36)는 5.1% 고금리 특판 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몰린 인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은행 직원에 물어보니 대기시간만 1시간 반이라고 했다. B씨는 인내를 갖고 기다린 뒤 기어이 적금에 가입했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1%대, 정기적금 금리가 2%대로 주저앉은 상황에서 고금리 저축은행 적금이 2030 직장인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소식에 하루라도 빨리 고금리 상품에 가입하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특히 연초부터 고금리 적금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는 SBI저축은행(옛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시중 자금이 쏠리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빠져나간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올 초 4.60%(우대금리 포함)짜리 '다함께 정기적금'을 선보이며 직장인 고객 몰이에 나섰다.

9월30일부터는 이틀간 마이너스 통장 가입 조건으로 5.1%짜리 정기적금 상품(월 100만원 한도)을 특판으로 내놨다. 5%대 적금이 나왔다는 소식이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타고 퍼지자 SBI저축은행은 몰려든 인파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5.1% 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개설해야 하는 마이너스 통장의 금리는 8~9% 수준이다.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에선 마이너스 통장만 개설해도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일각에선 저축은행의 고금리 적금 상품 판매가 역마진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신금리가 이 정도면 여신금리를 높게 받아야 하는데 최근 저금리 기조에 저축은행 대출 금리가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저금리 기조에 저축은행 담보대출 금리가 5%까지 하락하는 등 금리 경쟁이 격화됐다"며 "예적금 금리를 높게 지급하려면 고금리 소액 신용대출을 많이 실행해야 하는데 개인 신용대출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SBI저축은행 측은 정기적금의 실질 연 금리는 5%가 아니며 특판 상품은 신용대출이나 보험 상품 판매 수수료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우대 금리가 설정된다고 설명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정기적금은 첫 달에 넣는 금액만 5.1% 금리를 적용받고 나머지 적금은 잔여개월수를 따져 금리를 받게 된다"며 "이 때문에 5.1% 정기적금의 실질 연 금리는 3%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 적금상품은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20~30대 직장인들은 목돈은 없지만 매달 꾸준히 일정 금액을 납입할 수 있어 정기적금을 선호하고, 40~50대는 상대적으로 정기예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정기적금 가입자의 60%는 20~30대"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수신잔고는 6월말 기준 31조216억원으로 지난해 말 33조5200억원 대비 2조50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SBI저축은행의 경우 올 초부터 판매한 다함께 정기적금이 6개월만에 1060억원 팔려나갔고 최근 금리인하가 가속화된 7~8월에는 2만5000개 계좌가 순증했다. 저축은행 중에서도 일부 고금리 상품을 제공하는 곳에 시중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SBI저축은행 적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월컴저축은행은 이틀전 8%대 정기적금 상품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월컴저축은행이 출시한 저소득층 전용 '웰컴디딤돌적금'은 연 8.0%의 금리를 제공하며 월 1만원 이상 50만원 이하 금액을 납입할 수 있다. 기본금리는 3.6%이며 기초생활수급자, 소년소녀가장, 다자녀가정, 근로장려금수급자 등에 한해 우대금리를 4.4%포인트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