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급락장에도 오를 주식은 있다

이날 증시는 충격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이 깨졌을 뿐 아니라 장중 199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전일 2020선을 간신히 지켜냈을 때만 해도 2020선이 하단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꽤 있었다. 이날 코스피지수의 급락을 통해 우리 증시를 보는 외국인의 시선이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2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그나마 기관이 장 후반 순매수로 돌아서지 않았다면 1990선을 지키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우리 증시의 부진은 멈출 줄 모르는 달러 강세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7.45원 오른 1062.65원으로 마감했다. 5거래일 연속 오르며 지난 3월 31일 이후 처음으로 1060선을 넘었다. 달러 강세는 우리 증시에 대한 외국인 이탈을 불러와 수급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최근 계속되는 외국인의 '팔자' 역시 달러 강세와 무관하지 않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신흥국의 주식은 가만히 갖고만 있어도 손실을 보게 되는 만큼 외국인 이탈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과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 영향으로 10월 상반월 동안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이후에는 저가 메리트 부각, 정부 정책 효과 등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만큼 국내 주요 기업의 주가도 이날 부진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2% 넘게 빠졌고 POSCO는 3% 이상 내렸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LG화학, KB금융도 줄줄이 하락했다. 코스피, 코스닥 가리지않고 대부분 업종이 하락세를 연출했다.


그럼에도 이날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여준 종목이 있다. 야구팬 사이에 유명한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유행어처럼 주식시장에서도 '올라갈 종목은 올라간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 로엔과 다음의 행보가 눈에 띈다.

로엔 (99,900원 ▲800 +0.8%)은 이날 전일대비 3450원(8.80%) 오른 4만2650원으로 장을 마쳤다. '멜론' 음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엔은 올해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다 최근 삼성전자 무료 음원서비스 '밀크'라는 자촤에 부딪히며 급락했다. 다만 밀크의 인기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증권사 분석에 이날 다시 강세를 보였다. 더구나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이날 밀크에 음원을 공급하고 있는 소리바다 측에 '음악저작물 사용계약해지 예고통보서'를 보내면서 밀크 악재는 소멸될 가능성이 커졌다. 로엔뿐 아니라 음원서비스 기업 KT뮤직 (3,085원 ▲55 +1.82%) 주가도 이날 8% 이상 상승했다.

다음 (48,100원 ▲600 +1.26%)은 이날 카카오와 합병 첫 날이라는 호재를 만나 전일대비 8800원(5.58%) 오른 16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카카오는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5월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위메이드, 옴니텔, 와이디온라인 등 관련주가 급등했고, 모바일게임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는 상장하며 대박을 터트렸다. 카카오에 소액결제 인증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결제서비스기업 다날 (3,920원 ▲10 +0.26%) 역시 최근 주가가 오름세다.

최근 호황을 타고 있는 업종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올해 상반기 소주 소비량이 증가한 데다 4분기 소주 성수기를 앞두고 주정업체는 최근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이날 주춤하긴 했지만 진로발효 (14,330원 ▲40 +0.28%)와 창해에탄올 (9,080원 ▼30 -0.33%)의 상승세는 눈여겨 볼 만하다. 한세실업 (20,950원 0.00%), 영원무역 (37,800원 ▲350 +0.93%) 등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도 의류 소비가 늘어나는 가을 및 겨울로 접어들면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처럼 장이 좋지 않을 때는 실적이나 자산, 배당 등에서 차별적인 매력을 가진 종목에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매도세로 일관하고 있는 외국인의 비중이 높거나 환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종목에 대해선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 대형주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한동안 중소형주 위주로 관심을 갖는 방법도 감안해야 한다.

이정기 하나대투증권 스몰캡팀장은 "연말까지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의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IT와 자동차보다는 안정적인 이익 증가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저평가 내수주, 중국 관련주, 정부 정책 수혜주, 자산주 등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세계푸드, 팜스토리, 오스템임플란트, 디지털대성, 알서포트, 다원시스, 동성홀딩스, 남화토건 등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