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사업가 변신, '갈등' 폭탄이 되는 까닭은

한국 아이돌 연예인의 패션 사업가 변신은 가능할까? 9인조 걸그룹 소녀시대의 제시카의 탈퇴 원인으로 개인 패션사업이 주목받으면서 아이돌 연예인의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시카는 지난 8월 1일 홍콩에 자본금 1만달러의 블랑 그룹(Blacn Group)을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패션사업을 시작했다. 제시카는 직접 디자인에 참여하고 광고모델로도 나섰다.

제시카는 1일 보도 자료를 통해 패션사업에 대한 의견 충돌로 소녀시대의 탈퇴를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소속사와 멤버들에게 사업 준비 단계부터 충분히 논의했지만,
론칭 한 달 만에 사업을 그만두던지 소녀시대를 떠나던지 양자택일 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것이다.

제시카가 모델로 활동하고 디자인에 참여한 패션 브랜드 '블랑'

◇아이돌 연예인 사업의 핵심은 그룹 이미지와 초상권=아이돌 연예인 사업가는 제시카가 처음이 아니다. 슈퍼주니어 신동은 PC방, 온라인 쇼핑몰 등을, 2PM의 찬성은 자신의 이름을 딴 헬스장 'CS GYM'을 운영 중이다. 빅뱅의 승리는 뮤직 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다.

반면 사업으로 인해 연예인과 소속사간 갈등이 종종 불거진다. 2009년 동방신기의 멤버였던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 등이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하자, 소속사는 세 사람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며 시작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연예인이 직접 나서 광고모델로 활동하거나 초상이나 성명 등의 지적재산권을 이용한 MD(머천다이징)상품으로 사업을 모색할 때다.

연예인은 소속사와 수익을 나눠가져야 한다. 광고모델은 소속사와 연예인이 5대5, MD 상품은 신인은 9대1, 스타들은 7대3 수준으로 나눠가진다. MD는 회사가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맡아 배분 비율이 높다.

무엇보다 의류나 화장품 등 패션 사업을 추진하면 같은 그룹 멤버들과의 이해관계도 충돌한다. 패션 아이콘인 소녀시대의 제사카가 만든 의류나 선글라스가 개인 사업이 아니라 소녀시대 전체의 이미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멤버들의 광고 출연과도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 블랑이 소녀시대 선글라스로 유명세를 떨치면 자연스레 다른 멤버들의 선글라스 광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광고주가 독소 조항을 내걸면 소녀시대의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지게 된다. 보통 그룹 이름으로 계약할 시에 경쟁 제품의 모델로 활동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건다. 여기에 광고주가 '소녀시대의 멤버 구성은 9명 정원을 유지하는 활동으로 규정하며 위반사항 발생시 배상한다'라는 조항을 내걸면 블랑의 사업과 충돌이 날 가능성이 높다.

◇스타 연예인 패션 성적표는? 든든한 파트너가 필요=과거 연예인들에게 패션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연예인들은 오래 전부터 패션사업을 꿈꿨다는 막연한 접근으로,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패션사업을 전개했다.

하지만 성공 사례는 이혜영의 미싱도로시, 변정수의 엘라호야 등 손에 꼽는다. 현재까지 연예인이 디자인까지 참여해 인기를 이어가는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류 스타로는 배우 권상우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쓴 맛을 봤다. 권상우는 2009년 브랜드 '티어스'(TEARS)를 내세운 카페와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권상우가 정기적인 팬 사인회로 일본 팬들을 모았지만 화장품 매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간단한 색조 화장품은 사더라도 피부에 민감한 제품은 신중하게 구입한 탓이다.

결국 한류의 중심에 서 있는 아이돌 연예인이 패션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든든한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JYJ의 김재중이 최대주주로 있는 패션브랜드 몰더는 중국 진출을 위해 경험이 많은 데코앤이와 손을 잡았다. 제시카는 재미동포 사업가 타일러 권이 조력자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와 같이 사업가로 성공한 연예인이 나오기 힘든 이유는, 에이전시 제도가 아닌 한국 특유의 기획사 구조의 영향도 있다"며 "그룹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으로 사업가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