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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국감…'영감님' 띄워야 하는 보좌관은 괴롭다

[직딩블루스 시즌2 "들어라 ⊙⊙들아"] '영감님' 한마디에 일희일비...그래도 국회를 움직이는 건 우리"

직딩블루스 시즌2 머니투데이 박용규 기자 |입력 : 2014.10.0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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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국감…'영감님' 띄워야 하는 보좌관은 괴롭다
나는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다. 8월부터 분리국감 논란이 있더니 덜컥 국정감사가 결정됐다. 국회의사일정은 ‘영감님’들이 결정하는 것이지만 국감 일주일전에 확정하는 것은 정말 난감하다. 본인들도 공부해야 할 텐데 무슨 생각들인건지.

입에서 욕은 나오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묵혀뒀던 질의서 파일들을 열어본다. 앞으로 한 달간 집에 일찍가기는 틀렸다. 책상 앞에 딸 아이 사진만 날 보며 방긋이 웃고 있다.

국정감사는 한해 농사를 수확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영감님’을 띄우지 못하면 그동안의 고생은 허사다. 심한 경우 그날로 해고 될 수도 있다.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경쟁하는 통에 ‘영감님’이 원하는 방송사 저녁 뉴스를 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그래도 열심히 아는 기자들에게 전화는 돌려봐야 한다. 매일 매일 국감 실적 현황판을 보면서 쓴 커피만 들이킨다. 내일은 한 건 해야 하는데.

요즘은 각 의원실 여기저기서 고성이 들려 온다. 대부분 자료를 못준다는 정부쪽과 싸우는 목소리다. ‘우리 소관이 아니다’, ‘시간이 부족하다’, ‘공개할 수 없다’ 자료 못준다는 피감기관의 변명은 가지가지다. 달래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고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그렇게라도 해야 질의서 쓸 수 있다.

예전에는 직접 받으러도 많이 갔는데 이제는 세종시로, 지방으로 이사간 기관들이 많아 이마저도 못할 것 같다. 자료를 못 받으면 그냥 있는 자료로 질의서 써야 한다. 앞뒤가 딱 맞지는 않지만 적당히 뭉뚱그려 쓴다. 나머지는 ‘영감님’이 알아서 하겠지.

국감 첫날, 질의순서를 보니 꼴찌다. 사실상 망한거다. 순번이야 매번 도는 것이지만 대부분 기자들은 오전에만 온다. 오후 질의는 기사화도 잘 안되는데. 가장 이슈가 되는 주제들은 앞순서에서 이미 동이 났다. 남은 건 자잘한 것들 뿐.

문득 보니 ‘영감님’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질의서만 뒤적이고 있다. 그나마 순번을 정하는게 보좌관의 능력밖에 일이니 안타깝지만 그냥 있을 수 밖에 없다. ‘영감님’은 자리를 비우지도 못한다. 시민단체가 착석 시간까지 체크하기 때문에 하릴없이 앉아만 있다. 이럴 때는 그냥 들러리다.

이미 기자실 앞에 보도자료가 쌓여 있을텐데, 우리방 보도자료는 많이 팔렸을까 싶어 들른다. 절반정도 소화된 거 같다. 보도자료 7개를 하나로 묶었는데 몇 개나 기사화 될지 조마조마 하다.

사무실 직원들에게 검색해보라 했더니 지역구 언론들만 몇 군데 올라오고 큰 반향이 없다고 한다. 급한대로 친한 기자들에게 전화를 돌려보지만 받는 이는 거의 없다. 그들도 대목이라 바쁠 것이다. 너무나 진지하게 정책질의를 했기 때문에 언론을 못 타는 것으로 스스로 위로한다. 아쉽지만 국감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사무실로 돌아간다.

오늘은 회심의 한 방을 준비했다. 순서도 앞 번호다. ‘영감님’께 대박칠 수 있다고 몇 번이나 보고드렸던 아이템이다. 드디어 질의시작. 준비한 대로 잘 진행된다. 질의 내용을 미리 알려주긴 했지만 해당 기관장의 표정은 어둡다. 멀리 뒤에 서 있는 대관 담당자의 표정은 어둡다 못해 곧 울 것 같다. 애써 시선을 외면한다.

휴대폰으로 급히 ‘영감님’ 이름을 검색해본다. 예상대로 상당히 기사화 됐다. 질의가 맘에 드셨는지 ‘영감님’이 수고했다고 하신다.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그러지 말자고 했지만 ‘영감님’의 한마디에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다.

‘영감들’이 자신있게 나설 수 있는 건 우리들이 있기 때문이다.

드러나진 않지만 대한민국 국회를 움직이는 건 우리들 보좌진이라고 믿으며 오늘도 늦은밤 자료를 뒤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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