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위기론' 전직 삼성맨들에게 물으니…

"삼성전자엔 '삼성전자만의 DNA'가 있습니다. 위기 앞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오히려 강해지는 게 이 DNA의 특징이죠" (김준경 전 삼성전자 상무)


"위기는 언제나 있게 마련입니다. 삼성전자는 그때마다 잘 헤쳐 나갔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지섭 전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부사장)

이지섭 삼성전자 전 부사장/사진제공=삼성투모로우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가 공식블로그 '삼성투모로우'(//samsungtomorrow.com/)에 연재 중인 '전직임원 4부작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 - 힘내라, 삼성전자!'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를 설립 45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켜 온 주역들의 진솔한 얘기들이 담겨있어서다.

특히 최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회사 안팎에서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산전수전을 겪으며 성공스토리를 만들어온 노련한 베테랑들의 진심어린 조언을 들을 수 있어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첫 번째 인터뷰 주인공인 이지섭 전 부사장은 1974년 입사해 2010년까지 36년간 삼성맨으로 지낸 '삼성전자 발전사(史)'의 산증인으로 "이번에도 삼성전자가 위기를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당연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높은 관심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조직도 한 인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나친 찬사도 지나친 질책도 때론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진심 어린 응원이 필요합니다."


그는 '삼성전자의 1위 수성(守成)'이라는 표현에는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그간 이룬 성과는 대단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멉니다. 수성이 아닌 '리셋'(reset)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우리 세대 삼성전자는 빠른 추격자였지만 후배들 세대는 선두주자여서 더 힘들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감성을 더 키우는 게 장기적으로 위기 해법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선두주자에게 필요한 자질은 탐험가 정신과 창의성인데 이 두 가지는 이미 삼성의 DNA 속에 녹아 있다"며 "앞으로 감성경영을 어떤 식으로 풀어 나갈지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경 전 삼성전자 상무 /사진제공=삼성투모로우

두 번째 인터뷰에 실린 김준경 전 상무는 한국 전체에서 영업실적이 꼴찌였던 조직에 들어가 1년 만에 매출을 3배 신장시켜 '가전유통의 전설'로 불리는 장본인이다. 또 1978년부터 30년간 삼성맨으로 있으면서 주로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 '근무 기피지'를 스스로 찾아 나서며 시장을 개척해왔다.

김 전 상무는 "지금이 위기라고 하는데 해외시장을 개척하던 초창기에 비하면 편한 소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솔직히 저는 위기의식을 느낄 때 더 일이 잘됩니다. 위기를 즐기는 편이라고 할까요. 모두들 가기를 꺼려하는 곳이 있으면 전 오히려 더 도전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이런 도전정신이 바로 '삼성전자 DNA'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전 상무는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겠지만 전자업계의 변화는 특히 극심하다"며 "크고 작은 변화가 있을 때마다 흔들렸다면 삼성전자는 진작 실패한 기업이 됐을 것"이라며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인터뷰에 나온 이들 전직 임원들은 삼성전자의 '전자사랑모임'(e-CLUB)이라는 퇴직임원 중심의 커뮤니티 회원들이다. 삼성전자는 학연·지연 등 특정계파 중심의 '사조직'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데 이 모임만은 예외다.

1999년 첫 결성된 이 모임에는 현재 670여 명의 퇴직임원이 활동 중이며 계속 활성화돼 가고 있다. 삼성투모로우는 앞으로 다른 두 명의 전직 임원 목소리를 더 들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