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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팔꺾어 R&D센터 유치, 언제까지

[조성훈의 테크N스톡] R&D센터 유치 잔혹사

조성훈의 테크N스톡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입력 : 2014.10.0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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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의 하쏘 플레트너 회장을 접견한뒤 SAP코리아가 'Design Thinking 혁신센터' 설치를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SAP는 세계 1위 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데다 최근 SW기업의 R&D센터 유치가 드물었던 만큼 이는 비상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하쏘 플래트너 독일 SW기업 SAP 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글로벌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유망 창업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세계로 공동진출할 수 있도록 SAP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청와대) 2014.9.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하쏘 플래트너 독일 SW기업 SAP 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글로벌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유망 창업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세계로 공동진출할 수 있도록 SAP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청와대) 2014.9.3/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나 최근 이같은 연구센터 유치가 해당기업의 불공정거래 제재를 면하기위한 시정안으로 검토되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실망감을 안기고 있습니다. 이는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공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SAP코리아 불공정행위에 대한 동의의결안 문건에 따른 것입니다.

김의원에따르면, SAP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매자들이 사용자 감소를 이유로 라이선스 유지보수 계약의 일부를 해지할 것을 요구하더라도 이를 허용하지 않는 계약조건을 설정했고, 협력사와의 계약은 3개월전 서면통지하면 언제든지 일방이 해지할 수 있는 불공정 조항을 포함시켜 공정위에 적발됐습니다.

그런데 SAP는 공정위 제재 대신 자진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불공정거래 혐의 적발기업이 공정위 제재대신 자진시정안을 마련해 불공정사항을 신속하게 해소하도록 한 제도인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입니다. SAP코리아는 지난 4월 제출한 시정안에서 향후 시정방안과 거래질서 개선, 사용자 후생제고를 위해 161억원 규모 공익법인 설립과 기금출연, 현금 및 현물 출자 등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자진시정안에 'Design Thinking 혁신센터' 관련 공익법인 설립계획이 포함돼 있었고 이를 검찰, 미래창조과학부 등과 협의해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하쏘 플레트너 회장 접견 이전부터 이미 불공정거래 위반에 따른 시정안으로 센터 설립이 포함되어있는데 이것이 창조경제 성과로 둔갑했다는 지적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윤창번 청와대 수석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부산데이터센터 유치가 거의 성사단계"라고 밝힌 것 역시 유사한 상황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됩니다. MS 역시 노키아의 휴대전화사업부문 인수와 관련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MS의 데이터센터 유치는 또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MS 데이터센터가 5조원 가량의 경제효과를 일으킬 것이라 주장해왔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투자효과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으며 많아야 5000억원 정도일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MS가 하드웨어나 서버, 스토리지를 직접 조달하고 상주인력도 최대 70여명에 그쳐 건설부문 특수를 제외하면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데이터센터는 '전기먹는 하마'인데 우리 전기료는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절반수준에 불과하고 원가 이하로 공급돼 우리 국민 세금으로 MS에 특혜를 주는 꼴이라는 비판도 적지않습니다.

조성훈 자본시장팀장
조성훈 자본시장팀장
사실 다국적기업 R&D센터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기술분야 해외투자 유치는 정권의 업적을 홍보하는데 매우 매력적인 성과입니다. 해외 유명기업의 브랜드 효과에다 우리 기술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지난 10년간 IT와 산업담당 부처의 핵심업무중 하나가 R&D센터 유치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 스스로 나선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당근을 제시하며 유치에 나서거나 팔을 비튼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많은 글로벌 IT기업들이 국내 R&D센터 설립에 나섰지만 성공적으로 운영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가령 MS는 과거 메신저와 웹브라우저 끼워팔기 사건으로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던 2005년 국내에 '모바일이노베이션랩'을 설립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3년 한시조직으로 해체됐고 끼워팔기 사건이 종료된 2011년 이후엔 그나마 남아있던 국내 R&D팀마저 해체돼 중국 베이징과 본사 R&D조직에 편입됐습니다. 면피성 R&D센터의 말로가 어떤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인텔의 R&D센터 철수도 같은 맥락입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끈질긴 유치노력으로 2004년 분당에 문을 연 인텔R&D센터는 첨단 무선통신기술과 디지털홈 관련 차세대 기술개발을 목표로 국내 학계, 연구계와 산합협력에 나섰지만 세계 경기침체로 불과 3년만인 2007년 돌연 문을 닫아 대대적 지원에 나섰던 정부를 당혹케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설립된 IBM의 유비쿼터스컴퓨팅연구소도 다른 조직에 흡수됐습니다.

상당수 R&D센터는 설립 수년만에 철수하거나 단순 제품 테스트 또는 현지화센터로 전락하면서 빛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나온 것입니다. 한 글로벌 IT기업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등 거대 시장을 두고 세계 시장의 1%도 안되는 한국을 위해 R&D센터를 설립할 이유가 없다"면서 "한국정부의 우호적인 조건에다 각종 대외관계를 감안한 유치결정이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쯤되면 글로벌 기업입장에서 R&D센터 유치는 한국정부의 제재를 일시적으로 면피하거나 각종 비즈니스에 편의를 얻기위한 생색내기용 카드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입니다.

물론 정부의 R&D센터 유치노력 자체를 폄훼할 생각은 없습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우리나라에 유치해서 국내 기업과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야할 것입니다. 다만 국내 R&D환경에대한 제대로된 준비없이 기업을 압박하는 편법을 쓰거나 무리한 당근을 제시하며 유치를 호소하는 식으론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BMW코리아는 세계에서 5번째로 국내에 대규모 R&D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이는 자동차 강국이자 IT강국인 우리의 기업과 대학, 관련기관과 협업을 통해 기술트랜드를 파악하고 신제품 공동개발 등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자발적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구글역시 지난 8월 아시아 처음으로 서울에 창업지원센터격인 구글캠퍼스를 설립했습니다. 이 역시 안드로이드마켓에서 한국산 앱들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앱시장에서 영향력이 곧 안드로이드폰과 자사의 모바일 서비스의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구글로서는 손해볼 게 없는 장사입니다.

최근 일부 글로벌기업들이 이처럼 R&D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철저한 시장의 논리에 따른 것입니다. 실제 한국이 세계 수위로 올라선 자동차나 조선의 경우 후방산업인 설계, 부품회사들이 R&D센터를 잇따라 설립하고 있습니다.

이윤을 쫒아 전세계를 옮겨다니는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 대통령이나 장관이 요청하고 압박한다해서 R&D센터를 세우는 시절은 지났습니다. 과도한 투자효과 부풀리기나 맹목적 유치론은 결국 신기루일 뿐입니다. 정부의 창조경제론이 해외기업 R&D센터를 몇 개 더 유치했다는 식으로 포장되는 무리수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조성훈
조성훈 search@mt.co.kr

조성훈 산업2부 차장. 소문을 경계하고 사실을 좇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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