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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살해 직전 "죄송합니다"…두 사람 닮은꼴 사건

[취재여담]'황해'의 심연보다 어두운 현실

머니투데이 신현식 기자 |입력 : 2014.10.19 06:47|조회 : 90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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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재력가 살인사건 피의자 팽모씨(44·사진 왼쪽)와 건설회사 사장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씨(50) / 사진=뉴스1,YTN 방송 캡쳐
60대 재력가 살인사건 피의자 팽모씨(44·사진 왼쪽)와 건설회사 사장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씨(50) / 사진=뉴스1,YTN 방송 캡쳐
잔혹하게 사람을 죽인 남자들이 애처럼 목놓아 울었습니다.

김형식(44) 서울시의원의 사주로 60대 재력가를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팽모씨(44)는 중국 공안으로부터 한국 경찰로 인계될 때, 건설업체 사장 이모씨(54)의 사주로 다른 건설업체 사장을 죽인 사건의 피의자인 조선족 김모씨(50)는 살인사건 현장검증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한참을 울고 아이처럼 솔직해진 그들은 모든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살인범의 나락에 추락한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같은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 어린 시절 헤어진 쌍둥이인 듯, 평행이론을 증명하는 듯 기시감을 줬습니다.

재력가 살인사건의 팽씨는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큰형과 정치인인 작은형이 있었습니다. 본인도 중국을 오가며 짝퉁 제품을 취급하는 보따리상으로 돈깨나 만졌던 시절이 있었구요. 김형식 의원보다 더 부유하게 지내며 가끔 끼니를 거르는 김 의원에게 용돈을 건넨 적도 있다 했습니다.

건설사 사장 살인사건의 김씨는 중국 연변의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하고 고등학교 교사로 10여년을 일했습니다. 조선족 자치주 공수도 협회 이사라는 번듯한 직함도 있었구요. 자식을 한국에서 키우고 싶어하는 부인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팽씨는 짝퉁 사업을 접고 손을 댔던 환전소 사업이 망하면서, 김씨는 한국에 와서 비자 문제로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창창하던 앞길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무직이던 팽씨는 재산을 수억원대로 불린 김 의원에게 100만원씩 타다 쓴 용돈이 어느새 100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따금 일용직으로 일할 뿐 안정적 수입이 없던 김씨는 부인과 자식을 지방에 따로 살게 하며 연락조차 자주 할 수 없었습니다.

실직한 중년 남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알바가 전부인 사회. 패자부활전이 없는 현실. 배운 것 없는 이방인이었던 이들에게 현실을 이겨낼 힘은 없었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과 같았고 빚은 쌓여만 갈 뿐이었죠.

악마같은 제안은 이들의 약점을 파고들었습니다. 팽씨는 10년지기 친구이자 채권자인 김 의원으로부터, 김씨는 4000만원을 주겠다는 건설업체 사장으로부터 생면부지의 사람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입니다.

이들은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팽씨는 빚과 친구에 대한 의리 때문에, 김씨는 돈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팽씨는 처음 재력가 살인을 제안받고 1년 이상을, 김씨는 5개월 이상을 망설입니다. 경찰 조사에서 팽씨는 사건 현장에 50~60차례에 걸쳐 찾아갔지만 매번 실패하고 돌아왔다고 진술했습니다. 김씨는 살인의 착수금조로 받은 돈을 갚을 돈만 있었다면 갚아버리고 손을 떼고 싶었다고 말했죠.

그러나 한번 이들의 명줄을 틀어쥔 불행은 이들을 다시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살인을 청부한 사람들은 대체 언제쯤 대상자를 해치울 거냐고 끊임없이 이들을 압박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빚쟁이에 불과했던 이들은 계속되는 압박에 결국 살인을 결행합니다.

둘의 범행 장소는 고작 2.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살인의 순간, 둘의 입에선 같은 말이 나옵니다. "죄송합니다" 팽씨도 김씨도 긴박한 살인의 순간에 대상자에게 똑같은 소릴 한 것이죠. 생면부지의 피살자에게 진심으로 미안함을 느꼈든, 죄책감을 덜기 위한 변명이었든 이들은 같은 말을 하며 사람을 죽였습니다.

이들의 소식이 전해진 이후, 호사가들은 영화 '황해'를 거론하며 이야기를 전파했습니다. 그러나 영화 '황해'의 주인공 구남은 돈도 돈이지만 자신이 사랑하던 부인을 찾기 위해 청부살인을 합니다. 그나마 애틋한 로맨스라도 있었던 겁니다. 영화보다 경제적 몰락과 잘못된 인연으로 점철된 현실의 청부살인범들의 삶이 더욱 처절해보이는 이유입니다.

신현식
신현식 hsshin@mt.co.kr

조선 태종실록 4년 2월8일. 임금이 사냥하다가 말에서 떨어졌으나 상하지는 않았다. 좌우를 둘러보며 “사관(史官)이 알게 하지 말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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