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 끊겠다" 보도자료로 엄포…벌벌 떤 동부제철

한국전력공사(대표 조환익)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부제철을 상대로 단전 엄포를 놓으며 미납된 전기료를 징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율협약 MOU 체결이 임박한 기업을 상대로 단전 보도자료를 배포해 '창피'를 주는 등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 대전충남본부는 지난 16일 지역 언론을 상대로 동부제철 당진공장이 올해 7~9월 전기료를 미납해 17일부터 단전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동부제철의 미납금액은 7월 139억9000여만원, 8월 135억6000여만원, 9월 146억4000여만원 등 421억9000만원 가량이다.

한전은 동부제철에 수차례 안내공문을 보내고 분납을 유도했으나 요금 미납이 해결되지 않고 회수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며 10월 청구요금이 추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단전 통보를 했다는 입장이다.

17일 오후 5시 이후에는 1공장 냉연공장 예비공급선로를, 21일 오전 10시 이후에는 2공장 열연공장 상시공급선로를 각각 차단하겠다는 구체적 계획까지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규정상 납부 유예기간이 정해져있으며 미납분이 큰 금액이다보니 단전 통보를 한 것으로 안다"며 "보도자료 배포는 본사 방침이 아니라 대전충남본부 방침이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한전의 조치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을 핍박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부제철 자율협약 MOU가 이달 내에 체결될 예정인데 좀 더 기다렸으면 미납분 징수가 더 수월하지 않았겠느냐"며 "지난해 100대 기업에게 2조원 넘는 전기요금을 할인해줄 정도로 여유 있는 한전이 유독 동부제철에게 독하게 군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전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한전이 100대 기업에게 2조487억원의 산업용 전기료를 할인해줬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전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 6월 기준 2조2903억원에 달한다.

한편 동부제철 당진공장에 실제 단전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부제철은 17일 7월분 전기료 미납분 139억9000만여원에 대해 납부했으며 나머지 미납분에 대해서도 자율협약 이후 납부계획을 한전에 알려 가까스로 공장 가동 중단을 막았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자율협약 MOU를 맺은 뒤 납부할 계획이었지만 공장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채권단과 협의해 급하게 일부 미납분을 냈다"며 "어려움 겪고 있는 기업의 체납사실을 공표하는 게 공기업의 역할인지는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